‘젊은피 3인방’ 골폭풍 지금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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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생 동갑내기 이승렬 - 구자철 - 김보경

20세이하 월드컵 한국 8강 이끈 주역들
동아시아 선수권 홍콩전서 환상의 호흡
허 감독 “경험 부족해 걱정했는데 만족”

7일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홍콩과의 1차전에서 한국이 거둔 5-0 승리는 2006년 9월 6일 수원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대만을 8-0으로 꺾은 이후 A매치 최다 골 승리다. 이날 대승의 주역은 1989년생 막내들이어서 더욱 의미 있다. 공격수 이승렬(서울), 미드필더 김보경(오이타), 구자철(제주). 세 명은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을 8강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홍콩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열 살이나 많은 베테랑 이동국(전북)과 투 톱을 맡은 이승렬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결국 전반 37분 왼쪽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오장은(울산)의 패스를 받아 번개 같은 드리블로 치고 나간 뒤 팀의 네 번째 골을 터뜨렸다.

전반 24분 구자철이 넣은 한국의 두 번째 골은 김보경과 환상적인 호흡으로 만들어 낸 작품이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선 김보경은 수비벽 뒤쪽 공간을 겨냥해 정확히 볼을 보냈고 구자철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절묘한 타이밍으로 수비벽에서 튀어나와 공을 잡아 골인시켰다.

측면 미드필더를 맡은 김보경은 홍콩전에서 왼발 프리킥을 전담하다시피 하며 부상으로 빠진 염기훈(울산)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전반 32분 이동국의 세 번째 골도 김보경의 왼발 프리킥에서 시작됐다.

8일 오전 에도가와 육상경기장에서 회복 훈련에 참가한 이들은 대표팀 내에서 서로 의지하며 친하게 지내는 세 명이 처음으로 함께 선발 출전한 홍콩전 결과에 고무된 표정이 역력했다.

이승렬은 “셋이 태극마크를 함께 달았을 때도 좋았지만 어제 처음 셋이 선발 출전해 승리의 기쁨이 더욱 컸다”고 말했다. 태어난 해는 같지만 1년 일찍 학교를 들어간 구자철을 형이라 부르는 이승렬은 “자철 형과는 대표팀 생활에 대해 ‘큰 부담 없이 즐기며 하자’는 얘기를 자주 나눈다”고 했다.

이승렬과 김보경은 중학교 시절부터 한팀에서 뛰어 표정만 봐도 생각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절친한 사이다. 용인축구센터 유소년 팀인 용인 FC 출신인 이들은 중학교 2학년 때 당당히 주전을 꿰차고 전국 대회인 추계연맹전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월드컵 출전 전망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모습이 어른스러웠다. 김보경은 “물론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당장 다음 경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정무 감독은 대회에서 중요한 첫 경기에 신진들을 선발 기용한 데 대해 “몸 상태가 좋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경험이 없어 부담감을 갖거나 긴장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셋 모두 대담하게 잘해 줬다”고 만족해했다.

젊은 유망주들을 과감히 기용해 대표팀 주축으로 키우는 데 뛰어난 허 감독이 이들을 ‘제2의 이청용(볼턴)’, ‘제2의 기성용(셀틱)’으로 키워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도쿄=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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