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22패… 상무를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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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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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발전 위해선 필요하고 리그흥행엔 도움 안되고…

《기나긴 연패의 터널. 이를 악물고 뛰어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신협상무가 22연패에 빠졌다. 지난 시즌 KEPCO45가 세운 한 시즌 역대 최다 25연패가 눈앞이다. 1일 현재 1승 22패로 승률이 0.043에 불과하다. 개막전에서 우리캐피탈을 꺾은 게 올 시즌 유일한 승리다.》

실업리그 없어 프로선수 병역해결 유일한 창구
“드래프트세대 들어오면 무시 못할 것” 의견도

신협상무 최삼환 감독은 속이 탄다. 2005년 원년부터 상무를 이끌었지만 22연패는 처음이다. 상무는 이번 시즌 자칫하면 역대 최저 승률을 기록할지 모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협상무 최삼환 감독은 속이 탄다. 2005년 원년부터 상무를 이끌었지만 22연패는 처음이다. 상무는 이번 시즌 자칫하면 역대 최저 승률을 기록할지 모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프로배구는 2005년 출범하면서 당시 팀 수가 4개로 너무 적어 아마추어 상무와 한국전력(현 KEPCO45)을 초청해 리그에 합류시켰다. KEPCO45가 지난 시즌 프로로 전향하면서 아마추어 팀은 신협상무뿐이다.

올 시즌 남자배구는 대한항공과 LIG손해보험의 선전으로 원년부터 이어져 온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양강 구도가 깨졌다. 치열한 순위 싸움에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상무에는 남의 얘기다. 상무가 리그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까지 나온다. 용병을 뽑을 수도 없고 신인 드래프트에도 참가할 수 없는 상무는 억울할 법하다. 게다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배구가 우승하는 바람에 김요한(LIG손해보험) 문성민(터키 할크뱅크) 등 우수 선수들이 병역을 면제받은 게 상무에는 독이 됐다.

일부 팬들은 상무의 리그 퇴출을 거론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실업리그가 없는 상황에서 상무는 프로 선수들이 병역을 해결하며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문제는 한국 배구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리그 흥행에 도움이 안 되는 상무를 어떻게 대우하느냐는 것. 상무가 2007∼2008 시즌을 앞두고 리그 불참을 전제로 용병 출전 세트 제한을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한 배구 관계자는 “상무를 초청한 이상 배려가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에 상무가 다시 불참을 선언해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상무가 강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병역 면제 기회가 한정된 상황에서 최근 각 팀의 기둥으로 떠오른 선수들이 언젠가 상무 유니폼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 유일의 국제배구연맹(FIVB) 심판인 김건태 씨(57)는 “조만간 실업 시절의 베테랑들이 은퇴하고 드래프트 세대가 중심이 될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상무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때는 상당한 전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신협상무에 봄날은 올까. 마냥 기다리기에는 당장 상무가 갈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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