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체력 모든것 바꾼다” 생소한 지옥훈련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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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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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높이뛰기 대표팀 특훈 한달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장대높이뛰기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포즈를 취했다. 대표팀 맏언니 이영아는 “옛날에는 흉내만 냈는데 이제는 제대로 운동하는 느낌”이라며 “코치들이 동작 하나를 가르칠 때마다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말해주기 때문에 빨리 습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범철 코치, 이영아, 진민섭, 최윤희, 윤대욱, 임은지, 시크비라 아르카디 코치. 부산=한우신 기자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장대높이뛰기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포즈를 취했다. 대표팀 맏언니 이영아는 “옛날에는 흉내만 냈는데 이제는 제대로 운동하는 느낌”이라며 “코치들이 동작 하나를 가르칠 때마다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말해주기 때문에 빨리 습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범철 코치, 이영아, 진민섭, 최윤희, 윤대욱, 임은지, 시크비라 아르카디 코치. 부산=한우신 기자
지난달 29일 장대높이뛰기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부산 구덕운동장. 여자 대표 이영아(28), 최윤희(24), 임은지(21)와 남자 대표 윤대욱(19), 진민섭(18) 등 5명의 선수가 한 명씩 장대를 허리춤에 차고 30m를 달렸다. 기자가 “장대를 뒤로 잡고 달리는 건 처음 본다”고 하자 선수들은 웃었다.

“저희도 처음 해봤어요.”

정범철 대표팀 코치(32)는 “장대를 뒤로 들고 뛰는 훈련은 몸의 앞뒤 힘 균형을 맞춰줘 장대를 꽂을 때 몸이 순간적으로 멈추는 현상을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장대높이뛰기 대표팀이 변신하고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올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와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장대높이뛰기를 메달 가능 종목으로 보고 있다. ‘인간새’로 불린 세르게이 붑카를 지도한 시크비라 아르카디 코치(50·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국립체육대학에서 8년간 공부한 정 코치가 짝을 이룬 코치진은 선수들에게 앞선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 ‘인간새’ 붑카의 前코치가 지도

장대를 뒤로 잡고 뛰는 훈련 말고도 선수들은 연일 새로운 훈련에 적응하고 있다. 아르카디 코치와 정 코치가 강조하는 것은 준비 자세부터 착지까지 장대와 몸이 하나가 돼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것. 정 코치는 “외국 선수들은 몸 전체가 이동을 하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다리만 빠르다”고 지적했다.

운동장에서 기술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장소를 이동해 장대높이뛰기에 특화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처음에는 역기를 들었다 내리면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다음엔 허리를 곧게 펴고 역기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누운 상태로 팔을 뻗은 채 역기를 머리 위로 올렸다 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선수들은 익숙지 않은 동작에 고통스러워했다. 장대를 꽂고 도약할 때 쓰이는 팔 뒤쪽 근육을 키우는 동작이었다.

○ “벌써 몸의 변화가 느껴져요”

“바꾸란 말이야, 자꾸 옛날 동작이 나오잖아.”

지난해 세계청소년육상대회(17세 이하) 장대높이뛰기에서 우승하며 기대주로 떠오른 진민섭은 훈련 내내 정 코치의 질책을 들었다. 진민섭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옛날 버릇을 떨치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한국의 이신바예바’를 꿈꾸는 임은지와 최윤희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르카디 코치를 처음 만난 날 서 있는 자세부터 고치라는 지적을 받은 임은지는 이날 “표정 좀 편하게 하라”는 말을 들었다. 임은지는 “예전부터 뛸 때면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표정이 일그러졌다. 몸에 힘을 빼면 더 가볍게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력 12년째인 최윤희는 중심이 내려갔다는 지적을 받고 고치기 위해 연일 땀을 쏟고 있다.

다행히 선수들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 아르카디 코치는 “선수들이 새로운 훈련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은지와 최윤희는 “훈련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몸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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