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프로야구 LG 유니폼을 입게 된 이적 선수와 병역을 마친 선수들이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에 참석해 각오를
밝히고 있다. 왼쪽이 두산에서 옮겨온 투수 정성훈, 왼쪽에서 세 번째가 히어로즈에서 이적한 외야수 이택근. 사진 제공 LG 트윈스
“6-6-6-8-5-8-7.”
조용하던 장내는 더 엄숙해졌다. 당사자로서는 떠올리기조차 싫은 숫자들. 프로야구 LG의 지난 7년간 성적이다. LG스포츠단 안성덕 사장은 이 숫자를 되풀이했다. 그리고 “일반 기업이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성적”이라고 덧붙였다.
LG는 6일 잠실야구장에서 신년 하례식을 했다. 박종훈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18명과 선수 87명 등 100명이 넘는 선수단이 참석했다. 여느 회사의 하례식처럼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안 사장이 “팬들의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 팬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 정도의 성적을 올리는 것은 구단과 선수의 기본 의무”라는 말과 함께 숙연해졌다.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최근 몇 년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06년 시즌 중 13억5000만 원을 들여 봉중근을 영입했고 시즌이 끝난 뒤 김재박 감독을 데려오면서 당시 사령탑 최고 대우를 해줬다. 2008년을 꼴찌로 마친 뒤에는 자유계약선수(FA) ‘빅2’로 꼽힌 이진영과 정성훈을 모두 불렀지만 겨우 최하위를 면하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LG는 두산 2군을 맡고 있던 박종훈 감독과 5년 계약을 했다. 무너진 팀을 재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LG의 행보는 당장이라도 우승을 노리는 듯하다.
역대 현금 트레이드 최고액인 25억 원을 들여 히어로즈에서 이택근을 데려왔고 일본에서 뛰던 이병규와의 계약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존의 박용택 이진영 이대형까지 포함하면 국가대표급 외야수만 5명이다.
엄숙했던 분위기는 박 감독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달라졌다. 그는 “새해를 맞는 마음이 가볍다. 전력 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준 구단에 감사한다”며 웃었다. 그리고 “2000년대는 지났다. 2010년대 첫해에 비전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LG는 이날 투수 봉중근과 야수 정성훈에게 ‘더그아웃 파이팅상’을 줬다. 구본준 구단주가 직접 선정했고 상금도 500만 원이나 됐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자신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라는 의도였다. LG에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었다.
한 프런트는 “박 감독에게는 5년의 시간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내일이 없다”고 말했다. 2010년을 시작하는 LG는 절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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