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어게인 2007” vs 성남 “우리에겐 무전기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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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7시 00분


롤러코스터-PO탐구생활 3가지 화두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이다. 2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지는 PO를 앞두고 포항과 성남 모두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식상한 경기 예상 평은 이제 그만. 이번 경기 변수가 될 3가지 화두를 감정이 섞이지 않은 특유의 무미건조한 어투로 최근 케이블TV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형식으로 꾸며봤다. 이른바 롤러코스터-PO탐구생활. 비표준어와 비속어가 다소 섞여 있는 점 독자들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경기감각vs체력소모


포항=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난 뒤 경기도 가평에서 계속 합숙을 했어요. 아무래도 포항에 있으면 선수들이 들뜨기 쉽고 훈련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며 파리아스 감독이 이같은 결정을 내렸어요. 감독의 지시라서 무조건 따라야 해요. 평소 1시간 30분이면 끝날 훈련을 가평에서는 매일 2시간 넘게 소화했어요. 특히 세트피스에 1시간 이상 할애하며 날카롭게 칼끝을 가다듬었어요. 파리아스 감독이 므흣한 미소를 짓네요. 훈련성과가 맘에 드나 봐요. 성남을 이기고 방방 뜰 생각을 하니 선수들도 어느 덧 피로를 잊어버린 지 오래예요.

성남=인천의 파도를 넘어 전남의 용광로에 찬물을 끼얹고 이제는 스틸러스 웨이를 즈려밟는 일만 남았어요. 선수들 모두 전주비빔밥 먹으러 가자고 난리에요. 신문을 보니 ‘성남 체력이 바닥 났다’는 기사가 떴네요. 이런 우라질. 무슨 망발인지 모르겠어요. 언론사나 축구 전문가들을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라도 해야겠어요. 우리는 평소 1주일 간격으로 경기가 펼쳐질 때도 주중에 연습경기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는 걸 꼭 알아줬으면 해요.

○‘어게인 2007’ 동상이몽

포항=2년 전 이맘때가 생각나요. 성남은 우리에게 챔프전에서 진 뒤 눈물을 질질 짜며 돌아섰어요. ‘어게인 2007’이란 말은 사전적 의미로 ‘다시 2007년’이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포항이 2007년의 신화를 다시 한 번 창조한다는 속뜻이 숨어있어요. 포항은 2007년 K리그, 08년 FA컵 올해 컵 대회와 AFC 챔스리그를 제패했어요. 올 시즌 K리그만 우승하면 화룡점정이 되는 셈이에요. 그 첫 번째 파트너가 2007년 우리에게 무릎을 꿇었던 성남이라는 게 징조가 좋아요.

성남=2007년 포항은 정규리그 5위에 오른 뒤 플레이오프에서 연전연승하며 결국 우승을 차지했어요. 이제는 성남 차례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아요. 우리는 올해 4위를 차지한 뒤 6강 PO에서 승부차기 승, 준 PO에서 1점 차로 승리했어요. 상황이 2년 전과 똑 같아요. 마치 짜여진 각본 같아요. 드라마의 끝에서 웃는 자는 바로 성남일거예요. 포항이 올 시즌 홈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 데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법이에요. 포항 선수들 홈 팬들 앞에서 너무 큰 소리로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파리아스 매직vs무전기 지휘

포항=파리아스 매직이라는 말이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돼 버렸어요. 하지만 우리는 개인적으로 매직이라는 말 별로 안 좋아해요. 매직이라고 하면 뭔가 인간이 하지 않고 운이 따르고 하늘이 도운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직을 달성하기 위해 선수단이 흘린 땀방울이 한 바가지는 된다는 걸 좀 알아줬으면 해요.

성남=포항에 파리아스 매직이 있다면 성남에는 무전기 매직이 있어요. 인천과의 6강PO에서 퇴장당한 신태용 감독은 2경기 모두 무전기를 들고 관중석에서 지휘했어요. 결과는 2전 전승이었어요. 퇴장으로 2경기 출장정지를 받은 신 감독은 이번 포항전이 무전기 지휘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요. 신 감독은 위에서 보니 전체가 잘 보여 지휘하기 훨씬 편하다고 썰렁한 농담을 던졌어요. 이번에도 성남이 이기면 다른 감독들도 모두 무전기를 들고 관중석으로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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