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어머니 꿈 안고 4관왕 질주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7시 00분


1600m계주 金 추가…자고나니 스타, 단거리 선수출신 어머니 든든한 후원

자고나니 스타가 됐다. ‘트랙의 김태희’ 김하나(24·안동시청)가 일으킨 하늬바람이 한국육상을 휘감고 있다. 김하나는 23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9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육상 여자일반 1600m계주에서 금메달을 추가했다. 21일 여자200m(23초69)와 22일 여자400m계주(45초33)에서 23년 만에 한국기록을 작성한 데 이어 대회 4관왕. 김하나는 “순식간에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 어리둥절하다”며 웃었다.

김하나가 성공하기까지는 멀리뛰기와 단거리 선수출신인 어머니 이미자 씨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다. 수줍음 많던 소녀. 어머니가 “운동 신경이 전혀 없는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딸은 얌전하기만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우연히 출전한 교내체육대회. 여기서부터 김하나의 질주본능이 시작됐다. 멀리뛰기에서 생애 첫 우승. 그 후 “바람을 가르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정식육상부도 없었지만, 김하나는 이후 파주시대회와 경기도 대회까지 석권, 도 대표로 소년체전에 출전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미자 씨는 “그 때 못다 이룬 내 꿈을 딸이 이뤄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하나는 어머니의 권유로 육상에 입문했다. 초등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을 정도로 성적도 우수했던 김하나. 도리어 선생님이 “(김)하나는 공부를 시켰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요지부동이었다.

문산여중 1학년, 정식 육상부 생활이 시작됐다. 고된 훈련과 외로운 숙소생활. 하지만 김하나는 “어머니에게는 (운동이 힘들다는) 투정도 잘 못부렸다”고 털어놓았다. “더 힘들게 운동해야 한다”는 채찍질. 트랙을 떠나 집에 돌아와도 매서운 코치가 버티고 있었다. 안동시청 오성택 감독은 “(김)하나의 장점은 무엇보다 성실함”이라고 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2007년 안동시청으로 이적한 뒤부터 급성장했다. 딸이 한국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나도 모르게 울컥해져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했다. 한국육상의 20년 넘은 숙원과 “한국기록을 깨보고 싶다”던 어머니. 그 꿈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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