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위장스퀴즈 ‘숨은 행운’ 기억나요?

‘화제만발’ 불멸의 한국시리즈

이쯤 되면 ‘불멸의 한국시리즈(KS)’라 칭해도 손색없다. 단 1경기도 두고두고 회자될 뒷이야기 거리를 남기지 않는 법이 없는 KIA-SK의 한국시리즈다. 뒤집어 보면 우승을 쟁취하기까지의 여정이 얼마나 처절한 것인지를 새삼 실감케 해준다.

○1차전 이종범의 위장스퀴즈

KIA 이종범의 날이었다. 6회 2사 만루에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쳐냈지만 백미는 8회 나온 위장스퀴즈. 1사 1,3루 볼카운트 원 볼에서 2구째에 스퀴즈 모션을 취한 뒤 방망이를 뺐다. 이 사이 1루주자의 공짜 2루 도루 성공. 곧이어 터진 2타점 우전안타는 화룡점정이었다. 이종범의 위장스퀴즈가 사실은 헛스윙이었는데 볼로 판정받은 것도 숨은 행운이었다.

○2차전 김상훈, 안치홍의 환상수비

KIA 포수 김상훈은 2루 송구가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그래서 SK의 기동력에 취약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4회 SK 나주환은 2루로 뛰다 아웃됐다. KIA 선발 윤석민이 원바운드 볼을 던졌는데도 포구와 송구가 완벽했다. 또 KIA 2루수 안치홍은 이호준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했다. SK 좌익수 박재상은 KS 4차전 KIA 김상현의 좌월 홈런성 타구를 펜스 앞에서 점프 캐치해내는 미기로 맞받았다.

○3차전 서재응-정근우 말다툼, 벤치 클리어링

SK 정근우의 투수땅볼을 잡은 KIA 서재응이 1루 송구를 지연하면서 촉발됐다. 정규시즌부터 빈볼시비로 감정이 상했던 두 선수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양 팀 선수 전원이 필드로 쏟아져 나왔다. 공교롭게도 SK는 2년 전 KS에서도 두산 상대로 3차전 벤치 클리어링에 휘말렸고, 이후 4연승 역전우승을 일궈낸 전례가 있다.

○4차전 KIA의 병살타 자멸과 SK의 9회 기사회생

SK 선발 채병용이 수술을 앞둔 팔로 5.2이닝 1실점의 감동투를 선보였다. KIA는 병살타 3개로 자멸했다. SK 윤길현은 9회 2사 만루에서 나온 나주환의 에러를 극복하고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5차전 이용규의 개구리 번트와 사상 초유의 KS 감독 퇴장

KIA 1루주자 김상현의 수비 방해 여부를 놓고 SK 김성근 감독은 선수단 철수란 극약처방을 썼고, 규정대로 퇴장 처분을 받았다. 11분간 경기가 지연됐고, 이만수 수석코치가 대리지휘를 맡았다. 포스트시즌 역대 퇴장은 5번째(KS는 4번째)인데 감독 퇴장은 최초. 또 KIA의 이용규는 3회 개구리 스퀴즈번트로 선취점을 올려 승운을 몰고 왔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