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말한다] 이광환 “김선진 때문에 천당과 지옥 오갔지”

  • 입력 2009년 10월 1일 0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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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환의 1993 PO, 1994 KS

“늘 얘기하지만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인 것 같아.”

이광환(61·사진) 전 히어로즈 감독은 항상 야구와 인생을 결부시킨다. 그는 “LG 사령탑을 맡았던 1993년 플레이오프 최종전과 1994년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잊혀지지 않는 게임”이라고 돌이켰다.

93년 LG는 삼성과 2승씩을 주고받은 뒤 잠실에서 최종 5차전을 치렀다. 이 감독이 떠올린 건 8회말이다.

“LG가 3-4로 뒤지고 있었는데 우리는 쭉 투수 로테이션을 지켜 삼성보다는 마운드에 여유가 있었지. 연장전 가면 유리하다고 봤어. 8회 1사 1·3루에 3루주자는 김선진, 타자는 박종호였지. 스퀴즈번트를 고민하다 박종호 발이 빨라 병살타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강공을 택했어. 1루수 정면이었지만 바운드가 커 3루주자가 충분히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타구였어. 그런데 김선진이 3루로 돌아가다 뒤늦게 홈으로 뛰어들면서 아웃됐어. 결국 3-4로 패하고 말았지. 그런데 시즌 후 당시 이종도 3루코치가 잘못 지시했다고 옷을 벗었어. 사실 그 상황은 3루코치가 지시하고 자시고 할 게 아니잖아. 김선진 판단미스지.”

이종도 코치뿐 아니라 김선진도 당시 유니폼을 벗을 위기였다.

그러나 다음 시즌에도 김선진을 안고 갔다.

그리고 94년 잠실 태평양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1-1 연장 11회말 1사 후에 6회부터 대주자로 나섰던 김선진이 태평양 선발투수 김홍집의 초구를 강타해 끝내기 홈런을 날렸다.

단 4안타만 허용하며 역투하던 김홍집은 141구째에 통한의 홈런을 맞고 무릎을 꿇었고, LG는 1차전 승리의 신바람을 타고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1차전을 졌다면 태평양 기세도 워낙 좋아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몰랐어. 만약 93년 플레이오프 실수 때문에 김선진을 잘랐다면 어쩔 뻔했어. 그래서 세상일은 모르는 거지. 플레이는 미울지 몰라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야. 그 두 게임에서 그 친구도 지옥과 천당을 오갔지만 나도 정말 지옥과 천당을 오갔어. 허허.”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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