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말한다] 김응룡 “2002년 KS 최종 6차전 그런 경기 또 없을거야”

  • 입력 2009년 9월 28일 09시 07분


“가장 기억에 남는 포스트시즌 경기라…. 아무래도 2002년 한국시리즈 최종전 아니겠어? 허허.”

삼성 김응룡 사장이야말로 ‘가을 사나이’다. 프로팀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만 10차례. 그는 그 중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최종 6차전을 잊을 수 없는 경기로 꼽았다. “잠실 5차전을 내주면서 3승2패로 쫓겼는데 대구에서 6차전을 했잖아. 9회초까지 3점차(6-9)로 뒤져서 사실 ‘지는구나, 7차전 가겠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9회말에 (이)승엽이가 이상훈한테 동점홈런을 치고, (마)해영이가 최원호한테 끝내기 홈런을 날렸잖아. 감독을 많이 해봤지만 ‘이런 경기가 있나’ 싶었어.”

당시 김응룡 감독은 승장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뒤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로부터 벌써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 사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래도 패장을 올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해서 김성근 감독을 ‘야구의 신’이라고 했지. 그런데 이젠 진짜 야구의 신이 돼 있더라”며 껄껄 웃었다.

삼성에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겨주자 당시 현명관 구단주가 식사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구단주가 그러더라고. 이승엽이 극도로 부진한데 왜 계속 선발출장시키나, 왜 안 빼나 원망도 많이 했다고. 그리고는 역시 감독의 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나를 치켜세우는 거야. 허허. 감은 무슨 감이야. 승엽이 빼고 넣을 선수가 없어서 밀어붙인 거지.”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았던 ‘감독 김응룡’. 이제 현장에서 물러나 사장이 된 지 5년째다. “가을인데 엉덩이가 들썩거리지 않느냐”고 하자 김 사장은 “왜 안 그러겠어. 감독생활을 몇 십 년 했는데 그 성질 어디 가겠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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