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젊음 떠난 지하상가 ‘실버상권’으로 재탄생

  • 동아일보

대구 지하상가, 활성화 모색
주요 유동인구 노년층인 반월당역… 약국-농산물 가게 등 입점해 활기
‘공실 多’ 두류역엔 전시관-도서관… 시설관리公 “체험 콘텐츠도 도입”

21일 대구 중구 도시철도 1·2호선 반월당역 지하상가에 약국들이 줄지어 들어선 ‘약국 거리’가 형성돼 있다. 명민준 기자mmj86@donga.com
21일 대구 중구 도시철도 1·2호선 반월당역 지하상가에 약국들이 줄지어 들어선 ‘약국 거리’가 형성돼 있다. 명민준 기자mmj86@donga.com
21일 오후 찾은 대구 중구 도시철도 1·2호선 반월당역 지하상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옷가게에서 트렌디한 옷을 고르는 젊은이들로 북적이던 이곳의 풍경이 사뭇 달라져 있었다. 화려한 크롭티와 와이드 팬츠를 입었던 마네킹들은 이제 노년층을 겨냥해 체형을 보완한 실루엣의 ‘실버 패션’을 걸치고 있었다.

옷가게 옆으로는 약국 10여 곳이 줄지어 들어선 이른바 ‘약국 거리’가 형성돼 있었다. 과거에는 옷가게와 테이크아웃 전문점, 스티커 사진점 등이 즐비했던 곳이다. 약국마다 각종 건강기능식품과 상비약을 쌓아두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곳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하상가에서는 보기 드문 농산물 가게가 등장한 점이다. 화려한 조명 아래 마네킹 대신 흙 묻은 대파와 제철 과일들이 가득 놓인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장바구니를 든 장모 씨(68·여)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채소를 고르며 주인과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요즘에는 이곳이 웬만한 마트보다 장보기 좋은 것 같다. 싱싱한 채소도 많고, 우리가 입을 만한 옷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고, 약값도 저렴해 자주 온다”고 말했다.

반월당 지하상가의 이런 변화는 생존을 위한 전략적 진화로 풀이된다.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의류와 잡화 매장이 타격을 입자 상인들이 주요 유동인구인 노년층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월당 지하상가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역 어르신들의 지하 광장이자 쉼터 역할을 해왔다.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어르신들에게 냉난방 시설이 잘 갖춰진 지하상가는 쇼핑과 식사를 해결하고 벤치에서 담소를 나누기 좋은 공간이다.

공실 문제가 컸던 도시철도 2호선 두류역 지하상가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장기간 공실이었던 일부 점포를 임시 전시 공간으로 바꾸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기증 도서로 채운 간이 도서관이 생겼고, 신인 예술가의 작은 전시관도 들어섰다. 이곳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전모 씨(44)는 “텅 빈 공간이 미관상 좋지 않았는데 예술 작품과 책으로 채워지니 훨씬 나아졌다. 주민들이 쉼터로 찾아오면서 상권도 다시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반면 부활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곳도 있다. 중구 서문시장 인근 대신지하상가 등은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 곳곳에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주변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영향이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지역 지하상가 활성화를 위해 올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상가별 정체성을 살린 차별화된 공간 조성을 전체적인 방향으로 삼고, 젊은 이용객 유입을 위한 체험형 콘텐츠를 도입한다. 주요 이용객 연령대가 높은 상가에 대해서는 시설과 환경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실행계획을 수립해 대구시와 상인들과 협의하며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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