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트럼프에… “백악관 엉망진창” 참모들도 대혼돈

  • 동아일보

[트럼프, 또 휴전 연장]
전쟁출구 못찾아 수면 줄고 예민… 공격-협상 상반된 메시지 쏟아내
한달새 최후통첩 4번, 휴전선언 3번… 이란 불신 키우고 압박효과 떨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관련 스포츠 우승자 초청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관련 스포츠 우승자 초청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행정부 내 누구도 모르는 것 같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을 둘러싼 백악관 내부 기류를 이같이 전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계획이 무엇인지, 지금 우리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도 알 수 없다”며 “완전한 엉망진창이고, 책임지는 사람도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전쟁과 관련된 백악관의 내부 혼란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돌연 이란과의 휴전을 협상이 끝날 때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21일이던 휴전 종료 기한을 하루 연장하더니, 이번엔 시한도 언급하지 않은 채 연장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21일엔 호르무즈 해협을 48시간 내에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을 초토화하겠다고 했다. 이때부터 공격 유예와 휴전 선언을 반복하며 한 달 새 최후통첩 4번, 휴전 선언 3번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협상 상대인 이란의 불신은 커지고, 미국의 압박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 이란 협상단 파견 불가 통보에 밴스 출국 취소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오전 CNBC방송 인터뷰에서 “휴전 기간을 연장할 생각이 없다”며 “합의가 불발되면 이란을 폭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그는 이란 정부 내 심각한 분열이 존재한다며 이란이 통일된 협상안을 제출하고 미국과의 논의가 결론 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몇 시간 만에 자신의 주장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무기한 연장한 건 이란과의 협상이 당장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란과의 2차 종전 협상을 이끌 예정이던 J 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날 파키스탄으로 가려고 준비 중이었지만, 이란이 막판에 협상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해 출국을 접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파키스탄행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상황에서 결국 출국 계획이 취소된 것이다.

이처럼 이란이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재개 대신 추가 휴전으로 방향을 튼 것은 확전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란과 전면전 수준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와 국제유가의 추가 급등이 불가피해 11월 중간선거에 심각한 악재가 될 게 분명하다.

일각에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역(逆)봉쇄 작전이 이란을 압박하는 데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적 분노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으로 명명한 대이란 경제 제재를 통해 결국 이란이 협상장으로 나오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거란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에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해협 봉쇄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하며 “이란이 재정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 변덕이 이란과 협상 막아”

휴전 연장으로 일단 전면 충돌은 피했지만, 핵심 쟁점에서 양측의 간격 차는 여전하다. 이에 장기간 대치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양측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둘러싸고 여전히 많은 쟁점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란과의 협상을 이끌었던 로버트 맬리 전 국제위기그룹 회장은 NYT에 “이란이 양보해야 할 것들은 핵 포기와 같이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지만, 미국의 양보는 제재 완화나 자산 동결 해제 등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철회할 수 있는 ‘가역적’ 조치가 많다”며 간극 좁히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란은 합의 이행을 단계별, 점진적 방식으로 진행하길 원한다. 그러나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 합의를 고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바심과 불안감도 향후 협상의 변수로 지목된다. 텔레그래프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고, 수면 시간도 줄었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정제되지 않은 게시물을 쏟아내면서 참모들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짧은 집중력, ‘예스맨’ 군단이 이란과의 평화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WSJ는 “중재자들과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핵 프로그램 등 핵심 사안에서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합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제한, 농축 우라늄 재고 처리,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을 포함한 합의의 기본 틀에 양측이 점차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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