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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10일 0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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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획득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야구의 날’을 맞아 지난달 ‘야구로 맺어진 우리 사랑’이라는 주제로 KBO 홈페이지에서 사연을 공모한 결과 1등상에는 주영숙 씨가 쓴 사연이 선정됐다.
●WBC가 맺어준 농부총각 KIA팬과 도시처녀 롯데팬의 사랑이야기
롯데팬인 주 씨는 2009년 2월, 서울에 있던 직장이 갑자기 대전으로 이전하자 취미 중 하나인 피아노를 매일 밤 한 곡씩 레코딩해 포스팅하고 블로그 친구들과 소통하며 낯선 대전생활에 적응해나갔다.
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콜드패를 당하자 처참한 기분을 피아노에 옮겨서 레코딩하여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달린 댓글 하나. 닉네임은 ‘감자농사 10년째’였고, 내용은 ‘우리 사귑시다’였다.
처음엔 황당했지만 댓글과 메신저를 주고받았고,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전북 장수에 살고 있는 농부와 공통점이 많았다. 5월 13일 대전 KIA-한화전에서의 첫 만남. 농부총각은 대전구장에 트럭을 몰고와 기다리고 있었고, 숱한 고민 끝에 약속장소로 나간 주 씨는 농부라고 하기에는 잘 생긴 외모, 같은 왼손잡이, 비슷한 식성과 취미 등에 마음이 열리면서 만남을 이어갔다고 한다.
주 씨는 대전 외에는 가본 야구장이 없는 농부를 잠실, 목동, 사직구장까지 소개했고, 농사가 바쁠 땐 밭에서 함께 감자를 캐며 사랑을 키웠다. 결혼하지 않고 끝까지 ‘골드미스’로 살아가겠다던 결심은 야구를 사랑한 농부에게 무너졌고, 결국 오는 12월에 결혼한다는 사연이다.
주 씨는 사연에서 “주위에서 아기는 무조건 엘지팬을 만들어 진정한 ‘엘롯기 동맹’을 실천하라고 얘기한다”면서 “나는 농부의 아내로 살 것이고, 그와 함께 캐치볼을 할 것이고, 같이 야구를 보며 서로의 팀을 응원해주며 살 것이다. 아기를 낳아서 함께 대전과 광주와 잠실과 사직과 목동의 야구장을 누빌 생각을 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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