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 퇴출④]<취재파일>KBO-롯데도 ‘반성문’ 쓰셔야죠

  • 입력 2009년 9월 2일 0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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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의 ‘음주난동설’이 전해진 1일 하루 롯데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스러웠다.

이날 오후가 되어서는 정수근이 읍소에 가까운 해명으로 사태의 무마를 시도했지만 결국 롯데 구단은 자체 징계의 형식으로 정수근에게 결별을 통보했다. 이제 정수근은 어쩌면 영원히 선수로서는 재기불능일지도 모른다.

이날 오전 소식을 접한 KBO의 한 관계자는 한탄과 욕설을 섞어 “도대체 반성문(6월 징계 해제 추진 당시 정수근이 KBO에 제출했다)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게 무슨 짓이냐”며 “롯데 구단에 정확한 (사건) 경위서를 요구했다. 경위서를 접수하는 대로 (KBO)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속전속결로 (징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간적 배신감도 토로했다.

이 관계자가 반성문까지 거론하며 격하게 반응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KIA의 폭풍질주와 박빙의 팀 순위 경쟁에 힘입어 프로야구가 사상 첫 600만 관중시대까지 겨냥하고 있는 마당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튀어나온 데다 무엇보다 KBO 역시 정수근과 한 두름으로 엮여있었기 때문이다.

또 ‘야구계 일부’와 롯데 구단의 요청을 근거로 KBO,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영구 KBO 총재가 ‘섣부르게’ 정수근에 대한 징계(무기한 자격정지) 해제를 추진한 결과가 이날의 소동과 무관치 않음을 이 관계자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6월 유영구 총재와 KBO, 롯데는 정수근에 대한 징계 해제에 ‘의기투합’한 뒤 반발하는 팬들과 여론을 상대로 ‘정수근이 충분히 반성했으니 다시 한번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란 인정론적인 시각에 입각한 설득을 펼쳤다. 어쩌면 정수근 개인에게 KBO 총재와 롯데 구단은 큰 은혜를 베풀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KBO도, 롯데도, 팬들도 결국은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오전에 낭패감을 감추지 않았던 KBO 관계자는 오후 한때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정수근의 해명에 잠시나마 의기양양하게 헛기침을 내뱉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정황이 정수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롯데 구단마저 사실상 퇴출을 결정하자 그는 다시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KBO와 롯데에 묻고 싶다. ‘일이 왜 이리 됐는가’ 하고.

1차적으로는 정수근을 탓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칙 없이 징계를 해제하고, 그저 정수근이 달라졌기만을 바란 KBO와 롯데 구단에는 과연 책임이 없을까.

이제 KBO와 롯데 구단의 관련 당사자들은 이번 일로 배신감에 몸서리를 칠 일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됐는지 곰곰이 짚어봐야 할 것이다. KBO와 롯데에도 반성문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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