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논란’에 휩싸인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 입력 2009년 8월 20일 16시 26분


‘남자야? 여자야?’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출신 신예 스프린터 캐스터 세메냐(18)가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세메냐는 20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계속된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1분55초45로 결승선을 통과, 시즌 최고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이날 결승전이 열리기 전 세메냐에 대한 성별 테스트를 감행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세메냐는 인상과 체형, 근육의 발달 정도, 낮고 깊은 목소리 등 외관상으로 보면 보통의 남성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IAAF가 성 정체성을 문제 삼은 가장 큰 이유는 세메냐의 기록이 비정상적으로 향상됐다는데 기인한다. 무명의 10대 선수가 세계무대를 정복하는데 너무 짧은 시간이 걸린 것이 의심을 산 것. 세메냐는 지난달 31일 아프리카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1분56초72로 올해 주니어와 시니어를 통틀어 가장 빠른 기록을 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2분04초23보다 무려 8초나 앞당긴 것이다.

대회 개막 직전 세메냐의 성별 감식 문제를 완전히 매듭짓지 못한 IAAF 측은 세메냐가 ‘남자냐 여자냐’를 확실히 밝히기 위해 성별 검사를 감했다. 빠른 시간데 드러나는 결과가 아니었기에 예정대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추후 남성으로 밝혀질 경우 메달을 박탈 당할 수 있다.

닉 데이비스 IAAF 대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기라기보다는 의학적인 문제다. 매우 복잡한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남아공 육상연맹 회장 모라테로 말레호포는 “세메냐는 여성이 확실하다. 그의 성별을 의심했다면 여자부에 내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성 정체성 논란은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 중 최초로 성별을 속인 선수는 폴란드 출신 에와 클로부코우스카. 그는 1964년 일본 도쿄 선수권에서 남성임에도 여자부에 출전,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해 팬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

동아닷컴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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