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연아 빨리 은퇴시켜 모여살고 싶지만…”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기러기아빠’ 김현석씨의 고민

“우리 가족도 정상적으로 모여서 살고 싶어요.” ‘피겨 여왕’ 김연아가 14∼16일 열린 아이스쇼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세 번의 공연 모두를 경기장에서 본 아버지 김현석 씨(52)도 관중석에서 딸의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김 씨는 딸의 빠듯한 스케줄로 아직 직접 만나보지도 못했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김 씨는 “지금도 힘들지만 연아 같은 선수가 나오기 위해서는 가족과 그 주위 사람들의 희생은 필수다”라고 말했다. 4년간 가족이 떨어져 살다 보니 오죽하면 이혼 소문까지 돌았을까. 김 씨는 “나도 그런 얘기를 주위에서 들었다. 그런 얘기 때문에 요즘 내가 자주 얼굴을 비치는 것 아니겠는가” 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올해 김연아는 대학생이 됐다. 김 씨는 아버지로서 딸의 결혼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성인이 된 만큼 연아의 결혼 문제도 생각하고 있다. 연아가 외국인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만큼 외국인 사윗감을 데려오지 않을까 궁금하다”며 웃었다. 은퇴에 대해서도 김 씨는 “가족이 함께 오순도순 모여서 살고 싶다. 생각 같아서는 연아를 빨리 은퇴시켜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하고 싶다. 10년 넘게 훈련해 온 것은 아무나 못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연아가 결정할 몫이다”라고 말했다.

김연아가 힘들게 훈련해 온 만큼 국내 피겨 선수들에 대한 김 씨의 생각도 남달랐다. 김 씨는 “아직 국내 피겨 인프라스트럭처는 많이 부족하다. 전용경기장이 하루빨리 건설돼야 한다. 선수들이 새벽, 심야에만 훈련을 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선수가 나올 수 있겠냐”며 안타까워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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