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8월 21세이던 그는 “헬로 월드(Hello World)”라는 인사말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을 뒤로한 채 프로무대에 뛰어든 타이거 우즈(34·미국)였다. 그로부터 불과 14시즌, 햇수로는 꼭 13년 만에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70승 고지에 올라섰다. 10승을 거두는 데 평균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우즈는 10일 미국 오하이오 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GC(파70)에서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역전 우승했다. 이로써 우즈는 역대 최연소인 34세의 나이에 PGA투어에서 70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자신의 우상인 잭 니클라우스(69·미국)가 갖고 있는 통산 73승(역대 2위) 기록 경신은 이제 바로 눈앞. 니클라우스를 넘어선다면 샘 스니드(2002년 작고)의 최다 우승 기록(82승)이 기다리고 있다. 우즈는 특유의 몰아치기를 앞세운 우승 사냥으로 골프 역사를 빛낸 거성을 모조리 밀어낼 기세다. 그는 데뷔 10년째인 2006년 8월 뷰익오픈에서 50승을 달성한 뒤 3년 만에 20승을 추가했다. 50승을 거뒀을 때 우즈는 31세였고 니클라우스는 34세였다. 니클라우스보다 3년 빨랐던 우즈의 우승 페이스는 70승에선 6년 차로 더욱 벌어졌다. 니클라우스는 40세 때 70승째를 거뒀다. 해마다 평균 5.4승을 거둔 우즈가 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37세에 스니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뒤 꿈의 100승도 40세면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달 브리티시오픈에서 보여준 톰 왓슨(미국)의 환갑 투혼에서 보듯 최근 PGA투어에서는 장비 개선과 의학 및 트레이닝 요법의 발전으로 40대 선수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우즈는 1998년과 2004년 스윙 교정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1승씩에 그치며 주춤거렸지만 슬럼프는 길지 않았다. 오히려 부진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1999년과 2000년 2년간 17승을 집중시킨 뒤 2005년 6승, 2006년 8승을 거뒀다. 부친의 사망에 따른 충격을 극복한 그는 결혼 후 1남 1녀를 두면서 심리적인 안정도 되찾았다. 이번 대회에서 우즈는 1타 차 2위였던 16번홀(파5)에서 182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연못을 넘겨야 하는 부담스러운 세 번째 샷을 컵 30cm에 바짝 붙여 버디를 낚았다. 반면 우승을 다투던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그린 뒤 러프에서 한 네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면서 트리플 보기로 무너졌다. 이처럼 우즈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스코어를 줄이는 클러치 능력이 뛰어나 동반자들을 일명 ‘타이거 공포(Tiger Phobia)’로 자멸하게 만든다. AP통신은 ‘우즈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지닌 잠재력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