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 “정상호 너마저” SK포수 실종사건

  • 입력 2009년 7월 20일 08시 21분


문학구장 1루 측 스카이박스에 붙어있는 숫자판은 ‘299’에서 멈춰져 있다. 주전 포수 박경완의 통산 홈런숫자다. 박경완은 6월24일 광주 KIA전 주루 플레이 도중 왼 다리 아킬레스건 파열로 쓰러졌다. 사실상 시즌 복귀가 어렵다.

처음 박경완을 잃었을 때만 해도 ‘전력의 반을 잃었다’가 중평이었다. 어지간한 김성근 감독조차 그날 밤 통음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백업포수 정상호가 마스크를 쓰고 7연승을 내달렸다.

그러다 갑자기 7연패에 빠졌다. 꼭 정상호 탓이라 치부할 일은 아니지만 박경완의 빈자리가 생각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급해진 SK는 요코하마에서 미우라 코치를 긴급 초빙해 ‘포수 급조’에 나섰다.

그러나 채 그럴 사이도 없이 19일 정상호마저 필드에 나뒹굴었다. 3회 홈 블로킹을 하다가 2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 들던 이대호와 충돌한 것. 전력 질주한 이대호의 왼팔부위에 목 쪽을 부닥친 정상호는 그대로 쓰러졌고, 순간 의식을 잃었다.

정상호가 못 일어나자 SK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영철 사장과 민경삼 운영본부장이 직접 상태를 확인하려고 움직였다. 미동은 하지 않았으나 덕아웃의 김 감독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SK 벤치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앰뷸런스에 실려 간 정상호는 인근 병원에 도착해서야 의식이 돌아왔고, 의사소통도 가능해졌다고 SK는 밝혔다. CT 촬영 결과, 뇌출혈 증상은 없었다. MRI 검사로 목 부위를 정밀진단했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장 낭패에 처한 SK는 1군 엔트리에 남아있던 유일한 포수인 김정남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SK는 3회말 4점을 추격했으나 4회 곧바로 6실점, 안방 불안을 노출했다. 최근 10경기에서 1승9패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강민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켜 요양을 시켜도 될 정도로 포수 자원이 넘쳐난다. 허벅지가 안 좋은 베테랑 최기문까지 휴식을 줘가면서 ‘떠오르는 별’ 장성우를 잘 써먹고 있다. 포수왕국 롯데는 7월 최고의 흐름을 타고 있다.

반면 박경완-정상호의 연쇄 이탈로 ‘제국 SK’는 내부에서 흔들리고 있다. 최강지점에서 발생한 누수이기에 더욱 곤혹스러울 터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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