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내 운명… 병도 나를 꺾을수 없다”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K3리그 경주시민축구단 골키퍼 차기석에게 축구는 운명이다. 축구선수로선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인 신부전증이라는 병을 딛고 일어난 차기석이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근처 성곡미술관에서 축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양종구 기자
K3리그 경주시민축구단 골키퍼 차기석에게 축구는 운명이다. 축구선수로선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인 신부전증이라는 병을 딛고 일어난 차기석이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근처 성곡미술관에서 축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양종구 기자
신부전증 투병 차기석, 수문장 꿈 너머 지도자의 길 노크

‘절망이었다. 어떻게 살아온 인생인데….’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에서 스타를 꿈꾸던 2006년 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신부전증 말기. 그해 6월 아버지의 신장을 받았다. 의사는 “앞으로 축구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재기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피로가 겹쳐 아버지가 준 신장마저 망가졌다. 지난해 5월 작은아버지의 신장을 받았다. 하지만 축구공을 놓을 수는 없었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남아있어서다. 그렇게 그는 아직도 그라운드에서 몸을 날린다. 프로축구 K리그도, N리그도 아닌 아마추어에 가까운 K3리그지만 골문을 지키고 있으니 행복하다.

‘제2의 이운재’로 불렸던 차기석(23·경주시민축구단). 그는 17세,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수문장이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 시절인 2004년 최연소로 대표팀에 발탁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이 PSV 에인트호번을 이끌 때인 2005년에는 훈련 멤버로 참가했다. 신부전증이라는 장애물을 만나지 않았다면 대표팀 수문장 이운재(수원 삼성)를 능가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차 수술을 받고 회복한 뒤에도 그의 머릿속은 온통 축구 생각뿐이었다. 결국 K3리그에서 다시 축구를 시작했다. 아버지 차종학 씨(49)와 어머니 나순덕 씨(53)는 결사반대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외아들이 다시 건강을 잃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었다.

차기석은 팀에서 월급 없이 출전 및 승리 수당만 받는다. 그래도 그는 “축구는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철벽 방어로 경주를 선두로 이끌고 있다. 경주는 23일 현재 승점 30점(9승 3무 2패)으로 2위 청주 직지 FC(승점 29점)에 앞서 있다. 그는 신장에 무리가 가면 안 되기 때문에 일주일에 1, 2회만 훈련하고 경기에 나선다. 그럼에도 그가 지킨 골문은 철옹성이었다. 올 시즌 14경기 중 13경기에 나가 5실점만 했다.

“이렇게나마 축구를 즐겨야 내 맘이 편하거든요. 이제 다른 축구의 꿈을 찾고 있습니다.”

차기석은 9월 대한축구협회 3급 지도자 자격증 연수를 시작한다. 스타의 꿈은 버렸지만 세계 최고의 골키퍼를 키워 대한민국을 빛내는 게 그의 새로운 목표다. 절망 속에 찾은 새 희망이기에 더 소중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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