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브레이크] 사우디전 무승부는 예정된 결과?

  • 입력 2009년 6월 11일 00시 36분


티켓 딴후 첫경기 한번도 못이겨-동기부여 약해 졸전 감독 경질도

허정무호 이란전 유종의 미 필요-자신감 되찾고 월드컵 16강 준비

○본선 조기확정후 부진 징크스

2007년 FA컵 결승에서 전남과 포항이 ‘제철가 더비’를 벌일 때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은 전남의 우세를 점쳤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포항이 앞섰지만 직전 이미 K리그 우승의 환희를 맛 봤던 터라 ‘동기부여’ 측면에서 약했던 것이 사실. 결과 역시 전남의 2연승(3-2, 3-1)으로 끝났다.

이 예에서 보듯 장기 레이스에서 목표했던 바를 이뤄낸 뒤 계속해서 이전과 같은 기량을 발휘하는 것은 쉽지 않다.

1986멕시코월드컵 이후 7회 연속 본선 무대에 개근하고 있는 한국이 월드컵 티켓을 따낸 후 바로 다음 경기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허정무호 역시 사우디와 잘 싸웠지만 득점 없이 비기며 이 고리를 끊지 못했다.

○본선 진출 기쁨 뒤 연이어 졸전

한국이 복잡하게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일찌감치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 행을 확정한 뒤 잔여 경기를 치른 것은 이번 2010남아공월드컵을 포함해 1990이탈리아월드컵, 1998프랑스월드컵, 2006독일월드컵까지 4차례.

1990이탈리아월드컵예선에서는 1차전에서 카타르와 비기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북한, 중국, 사우디를 연파하며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UAE와의 최종전에서 1-1로 비겼다.

당시 대표팀은 UAE와의 경기 전까지 월드컵 예선을 통틀어 단 1골도 내주지 않는 막강함을 과시하고 있었지만 막판에 1골을 내줘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1998프랑스월드컵 때는 최종예선 6차전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5-1로 대승, 본선 티켓을 거머쥔 뒤 홈 경기에서 일본에 0-2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친목 도모를 위해 ‘일본에 져줬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져 축구협회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독일월드컵은 더 뼈아픈 경우다. 최종예선 5차전 쿠웨이트 원정에서 4-0 대승을 거두고 기분 좋게 본선 행을 확정했지만 사우디와 최종전 홈에서 0-1로 패하는 오점을 남겼고 이는 본프레레 감독이 낙마하는 빌미가 됐다.

○이란전 유종의 미 거둬야

허정무호에게는 이제 남은 이란전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대표팀은 23경기 째 무패 기록(11승12무)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대는 모두 아시아 팀이었다.

더구나 최종예선 사우디 원정 때 상대 간판 골잡이 하자지의 퇴장이나 북한과의 홈경기에서 나온 정대세의 헤딩 골 논란 등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줬던 것도 사실. 무승부가 유독 많은 것도 ‘옥에 티’다.

이런 이미지를 불식하고 허정무호가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란전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둘 필요가 있다.

상암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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