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뺀 김경문 “4월악몽 올핸 없다”

  • 입력 2009년 4월 24일 07시 51분


뒷얘기 하나. 지난 19일 삼성과의 대구 원정경기를 끝내고 버스로 이동, 잠실에 도착한 두산 김경문 감독은 김광수 수석코치를 불렀다. “선수들이 더 틈을 보이기 전에, 우리 코칭스태프부터 다시 시작하자. 내가 이런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걸 다른 코치들에게도 전달해 달라.” 히어로즈에 2연패, 삼성에 1승2패 등 지난 주 1승4패로 주춤한 팀 성적에 위기감을 느꼈던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와 2007년, 2년 연속 4월에 호된 고초를 겪었다. 지난해 시즌 초반에는 개막 직후 6연패를 당하는 등 11승14패, 5할에도 모자라는 성적으로 4월을 마쳤고 2년 전에는 4월 말 순위가 꼴찌였을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의 삭발도 나왔다. 5월 이후 특유의 뚝심을 발휘,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SK에 무너졌던 두산으로선 4월 성적이 끝까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올해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하고 있는 김 감독이 4월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건 당연하다.

그런 까닭에 김 감독은 지난주 팀이 주춤하자 직접 칼을 빼 들었다. 이번 시즌 들어 자신의 옆자리를 지키던 김광수 수석코치를 주중 광주 KIA전부터 다시 3루 코치로 내보냈고, 3루를 맡았던 김민호 코치를 1루 코치로 옮겼다. 김민호 코치가 1루에서 주자들에게 주루 플레이 조언도 해 주고, 아무래도 김 수석코치가 3루를 지키면 세세한 작전 전달에서도 강점이 있기 때문. “누구를 문책하려고 그렇게 한 게 아니다. 선수들에게 우리 코칭스태프도 이렇게 긴장하고, 각성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는게 김 감독의 설명. 묘하게 코치 자리 이동 직후, 두산은 KIA전에서 이틀 연속 역전승을 거두는 등 김 감독의 노림수가 맞아 떨어졌다.

김 감독은 최근 용병 타자 왓슨을 2군으로 내려 보내며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시즌 개막 전 또다른 용병 랜들이 부상으로 낙마한 상태에서 대체 용병 입국이 미뤄지고 있음에도 왓슨을 과감히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현 상태에서 팀 전력 극대화를 위해서는 그게 차라리 맞다는 확신에서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패해보니까, 2위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할 바에는 차라리 안 하는게 낫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러면서 “시즌 초반부터 너무 SK가 앞서나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견제도 잊지 않는다. 재임 5년간 세 번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진정한 챔피언 자리엔 한번도 오르지 못했던 김 감독이 독해졌다.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광주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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