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은’ 마운드… ‘한겨울’ 방망이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 목동야구장을 뜨겁게 달군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충암고의 정상 등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 최고 돌풍의 팀은 천안북일고였다. 빙그레(현 한화) 시절 타격왕으로 이름을 날린 ‘악바리’ 이정훈 감독은 취임 4개월 만에 북일고를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이 감독은 훈련을 밤 12시 이전에 끝내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혹독하게 선수들을 조련했다. 북일고는 1회전에서 지난해 준우승팀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덕수고를 꺾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덕수고에 4안타 완봉승을 거둔 왼손 투수 김용주는 이번 대회 가장 주목받은 선수다. 김용주는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각도가 큰 변화구를 던지는 배짱을 보여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청주고와의 준결승전에서 삼진을 13개 잡으며 1실점 완투승을 챙긴 그는 바로 다음 날 결승전에서도 안타 3개만 허용하며 호투했다. 이영재도 김용주와 함께 왼손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2학년생이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청주고의 3승을 모두 책임지며 4강행을 이끈 사이드암스로 이태양도 주목받은 2학년생이다. 경북고와의 16강전에서는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고 완투승을 올려 뛰어난 제구력을 과시했다. 경남고 1학년생 투수 한현희도 많은 공을 던지진 않았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자들은 눈에 띄는 선수가 적었다. 총 50경기 중 18경기가 영봉승으로 끝났을 정도로 ‘투고타저’가 심했다. 타력보다는 오히려 수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야수들이 몇몇 있었다. 경남고 중견수 안상민은 결정적인 순간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며 팀을 위기에서 건졌다. 충암고 3루수 문찬종도 빈틈없는 수비를 보여줬다.

이번 대회부터 처음 도입된 승부치기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김진철 LG 스카우트는 “거의 매 경기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어린 투수들의 혹사를 줄였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부치기가 진정한 실력을 겨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승부치기는 먼저 공격을 하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무사 1, 2루에서 시작하는 승부치기에서 초 공격팀은 대부분 희생 번트로 찬스를 만들고 점수를 뽑았다. 먼저 2, 3점을 내준 말 공격팀은 작전 없이 강공으로 일관하다 찬스를 무산시켰다. 이번 대회 10번의 승부치기에서 나중에 공격한 팀이 이긴 경기는 한 번밖에 없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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