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올림픽축구 연령제한 반대

  • 입력 2009년 3월 26일 15시 07분


“올림픽 축구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이 올림픽 출전 선수의 연령 제한을 현행 23세이하에서 21세 이하로 낮추려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정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FIFA 집행위원회가 내놓은 ‘올림픽 축구 선수연령 제한강화, 와일드카드 폐지’ 제도개선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지난 1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 집행위원회에서 블래터 FIFA 회장은 앞으로 올림픽축구에서 기존 연령제한 23세 이하에서 21세 이하로 낮추고 ‘와일드 카드’를 없애기로 하는 구상을 밝혔다. ‘와일드 카드’는 23세 이상의 선수 중에서 3명까지 선택적으로 참가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와일드 카드’를 통해서 각국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올림픽에 출전했다.

블래터 회장의 이같은 구상은 올림픽 축구의 아마추어 정신을 강화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반면 올림픽 축구에 대한 재미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자격보다 FIFA 올림픽 축구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말한다”며 “올림픽 축구는 지금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올림픽 축구 선수의 연령제한을 낮추고 와일드 카드를 없애면 올림픽 축구의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집행위서 논의된 사항이 상임위인 올림픽축구위원회에서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블래터 회장의 올림픽 축구 제도 개선 결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주장했다.

유럽의 빅클럽은 선수보호를 위해 올림픽 연령제한을 강화하는 것에 은근히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올림픽에 더 좋은 선수를 내보내 성적을 올리려는 움직임도 강하다. 정회장은 클럽들이 아닌 각국의 축구협회와 연계해 자신의 입장을 강화할 뜻을 나타냈다.

정 회장으로서는 자신이 맡고 있는 올림픽 위원회와 상의도 없이 블래터 회장이 일방적으로 올림픽 축구의 연령제한을 강화한데 대해 절차상의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정 회장은 모하메드 빈 함만 AFC회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 회장은 “함만 회장이 AFC집행위 등의 토의 없이 일방적으로 블래터 회장을 지지 한 것은 아쉽다”며 “AFC는 2013년 21세 이하 대회 신설을 적극적으로 논의했는데 함만 회장은 이와 정반대 되는 결정에 동의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제축구계에서 목소리를 높이려하고 있는 함만 회장은 얼마전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에게도 막말을 하는 등 한국축구계와 악연을 쌓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정회장이 함만회장의 최근 거취에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블래터 회장과 강하게 맞서는 것이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냐는 질문에 정 회장은“월드컵과 연관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큰일을 할 때 원칙이 중요하다.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희망하고 잘되면 좋은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을 통해 FIFA회장을 노리고 있는 정회장이 블래터회장과 노선차이를 보이면서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oasis@donga.com


▲동아닷컴 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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