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빛난 조연들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코치 6명, 프로감독들 고사에 ‘전직’ 위주로 꾸려

상대전력 분석 - 분위기 띄우기로 준우승 이끌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는 여러 명의 ‘WBC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미 ‘국민 감독’으로 불리던 김인식 감독(한화)은 신기에 가까운 용병술로 다시 찬사를 받았다. 봉중근(LG), 김태균(한화), 윤석민(KIA) 등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어도 빼놓을 수 없는 일꾼이 있다. 바로 코치들이다.

○ 위계는 확실…분위기는 화기애애

지난해 말 대부분의 프로 감독들은 소속팀 관리를 이유로 김 감독의 코치 제의를 거절했다. 김 감독은 할 수 없이 전직 감독 출신 위주로 코치진을 꾸렸다.

코칭스태프의 위계질서는 확실했다. 등 번호가 이를 입증(?)한다.

김 감독의 등번호는 81번. 이어 김성한 수석코치(51·전 KIA 감독), 양상문 투수코치(48·롯데 2군 감독), 이순철 타격코치(48·전 LG 감독), 류중일 주루코치(46·삼성 코치), 강성우 배터리코치(39·삼성 코치), 김민호 주루코치(40·두산 코치)가 차례로 80, 79, 78, 77, 76, 75번을 달았다. 등 번호가 곧 선후배 순서였던 것.

유니폼을 보면 상명하복(上命下服) 시스템이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코치들은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긴장하기 쉬운 선수들을 편하게 만들어 줬다. 김 수석코치는 특유의 입심이 빛났다. 김 감독이 지쳐 있을 때 취재진을 대신 상대하는 역할도 그의 몫이었다.

○ ‘톱니바퀴 한국 야구’의 숨은 주역

양 코치는 “투수를 교체할 때 감독님과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양 코치의 판단이 그만큼 정확했던 것. 이 코치는 아시아 라운드를 앞두고 일본 언론이 ‘한국 타선은 몸쪽이 약하다’고 대서특필했을 때 “몸쪽은 누구나 약하다”며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워줬다.

훈련이 없는 휴일에도 코치들은 쉬지 않았다. 일본과의 본선 라운드 첫 대결을 앞둔 휴일에 강 코치는 선발로 예정된 봉중근을 불러 구위를 점검했다. 결과는 곧바로 양 코치를 거쳐 김 감독에게 올라갔다. 류 코치와 김 코치는 그라운드 밖에서 잠을 줄여가며 상대 투수에 대해 면밀한 분석을 했다. 그리고 이는 위력적인 ‘발야구’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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