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1회부터 한국이 5-0으로 앞서자 그룹 ‘노라조’의 흥겨운 노래 ‘슈퍼맨’이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장내 아나운서의 힘찬 한국어 선수 소개도 이어졌다. 1루 쪽 2층 스탠드를 가득 메운 응원단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화답했다. 광고판에 보이는 영어가 아니라면 서울의 잠실야구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날 야구장을 찾은 관중은 4만3378명. 국내 언론사의 현지 특파원은 “관중의 70% 이상이 한국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2회에는 베네수엘라 선발 카를로스 실바(시애틀)로부터 2점 홈런을 뽑아낸 김태균(한화)이 더그아웃에서 음료수를 마시는 장면이 전광판에 보이자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마침 마운드에서는 베네수엘라의 두 번째 투수 엔리케 곤살레스가 몸을 풀고 있는 상황. 김태균은 쑥스러운 듯 웃더니 더그아웃 밖으로 걸어 나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저스타디움에서 김태균의 ‘커튼콜’이 연출된 것.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열린 이벤트였지만 한국은 누가 봐도 홈팀이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야구장을 메우기 시작한 교민들은 승리한 한국 선수단이 모두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반면 3루 쪽 스탠드에 앉아 있던 베네수엘라 관중은 7회가 지나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루이스 소호 감독은 경기 뒤 “한국 팬들의 응원 열기는 대단했다. 한국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부러워했다.
한국의 대승 뒤에는 ‘10번 타자’ 교민들의 뜨거운 응원이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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