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의 여기는 애리조나!] ‘잠자리 마구’ 정대현 통했다

  • 입력 2009년 3월 14일 07시 38분


‘역시 국제용!’

정대현(31)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를 앞두고 최종 평가전에 등판해 다시 한번 ‘국제킬러’의 위용을 과시했다. 정대현은 13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평가전에 등판해 3타자를 내리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2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준 채 무안타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실점은 완벽한 투구를 하다 마지막에 볼넷으로 내보낸 주자를 후속투수가 들여보내면서 떠안은 것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완벽했다. 특히 전매특허인 ‘잠자리 마구’에 다저스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

한국이 2-1로 앞선 5회말 2번째 투수 정현욱이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2루의 상황이 닥치자 그는 불펜에서 뛰어나와 곧바로 위기를 진화했다. 첫 타자 올랜도 허드슨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의 위기가 이어졌지만 중심타자인 3번 마크 로레타를 유격수 플라이, 4번 안드레 이디어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점수를 주지 않았다. 이어진 6회말에도 대타 대니 아도아와 제임스 로니를 차례로 헛스윙 삼진으로 꺾었고, 케이시 블레이크는 2루수 플라이로 간단하게 처리했다.

옥에 티는 7회말 선두타자 맷 켐프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마운드를 내려온 것. 뒤이어 등판한 임태훈이 희생번트와 2루타를 허용해 1실점을 기록했지만 2라운드 이후 필승카드로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얻기에 충분한 호투였다.

정대현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지난해 베이징올림픽까지 국제무대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특히 외국타자들에게는 생소한 유형의 투구로 주가를 높였다. 직구는 시속 130km가 될까 말까 하지만 때로는 땅바닥에서 두더지가 올라오듯, 때로는 허리춤에 잠자리가 날아들듯 휘고, 꺾이고, 솟구치고, 가라앉는 현란한 볼로 상대를 유린해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다저스 타자들은 마구를 상대하는 듯 방망이에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허둥댔다. 모두들 타격시 중심이 완전히 무너졌다.

걱정스러운 것은 고질인 무릎 통증. 이날도 볼넷을 내준 뒤 덕아웃에 들어가 무릎에 아이싱을 했다. 볼넷 허용도 통증의 여파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2라운드 돌입 때까지 무릎을 철저히 관리해야하는 숙제만 푼다면 첫 경기인 멕시코전부터 불펜의 핵으로 맹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표팀은 이날 시차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데다 감기몸살 증세까지 보인 김현수 김태균 이대호 등 중심타자들을 선발명단에서 빼고 다저스전을 치렀다. 전날 샌디에이고에 4-10으로 완패한 뒤 이날은 대등하게 싸우다 2-4로 역전패했지만 내용이 좋아지고 있다. 김인식 감독도 “조금씩 컨디션들이 좋아지고 있다”면서 “2라운드 시작까지 선수들이 몸을 빨리 안정시키는 게 최대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날로 애리조나 훈련을 모두 마친 대표팀은 14일 오후 2시30분 전세기를 이용해 결전지인 샌디에이고로 떠난다. 15일 펫코파크에서 간단한 적응훈련을 한 뒤 16일 2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한편 이날 B조 1위 결정전에서 쿠바가 멕시코에 16-4,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두면서 한국의 2라운드 첫 파트너는 멕시코로 결정됐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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