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가 다 망쳤다” 하라에 화풀이

  • 입력 2009년 3월 11일 07시 50분


‘2일 천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라운드 우승팀을 결정짓는 한일전이 열린 9일 아침, 유력지 ‘닛칸스포츠’의 1면은 마쓰자카였다. 2라운드 첫 경기 선발로 유력한 마쓰자카의 컨디션과 각오를 전하는 기사였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안중에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미디어를 보고 있노라면 일본의 아시아라운드 3전승 우승은 예정된 일처럼 착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9일 일본은 바로 이틀 전, 7회 콜드게임으로 압승(14-2)한 한국에 0-1로 영패했다. 결혼식장(한일전)에서 신부(승리)가 다른 남자(한국)와 떠나버린 꼴이 된 신랑(사무라이 JAPAN)의 처량한 신세에 하객들(일본 매스컴, 팬)은 애써 표정관리를 해보지만 어색함을 감출 수 없게 됐다.

○“고교야구에서나 하는 작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7일 한일전을 생중계한 TV 아사히의 평균 시청률은 37.8%였다. 순간 시청률은 46.3%까지 치솟았다. 9일 한일전 평균 시청률 역시 33.6%(순간 시청률 47.2%)였다. 그렇기에 패배의 당혹감이 컸다.

10일 아침 일본의 패배를 첫 번째 뉴스로 내보냈지만 논조는 침착해졌고, 분량은 줄어들었다. 아침 버라이어티의 사회자들은 가장 격하게 반응했다. TBS는 “번트는 고교야구에서나 하는 거”라며 8회 1사 1루에서 왜 하라 감독이 이치로에게 2루 도루를 시키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후지TV의 패널은 “일본이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 납득이 안 간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넋두리했다. 이 방송 역시 일본의 8회 공격을 거론했는데 ▲하라가 임창용을 잘 알고, 이치로가 1루 주자인데 왜 히트앤드런이 아니라 번트가 나왔는지 ▲대타에 익숙한 아베가 아니라 오가사와라를 썼는지 ▲한국이 7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왜 일본은 1개도 못 얻었는지를 지적했다. TV 아사히의 패널은 “이치로의 팀을 만들어야 된다”고 나름의 처방을 제시했다. 또 2라운드 첫 경기로 쿠바전을 상정하며, 마쓰자카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이치로가 뿔났다’

아사히신문은 ‘통한의 1점의 무거움’이란 헤드라인을 달았다. 스포츠호치와 산케이스포츠는 “패배에, 그리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는 이치로의 코멘트를 1면 톱에 담았다. 닛칸스포츠는 ‘다르빗슈까지 불펜 투입하고도 한국에 졌다’로 1면을 꾸몄다. 전 야쿠르트 감독 후루타는 닛칸스포츠 칼럼에 ‘새로운 일본 킬러를 만들지 말라’라고 기고, 봉중근 분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주요 스포츠지는 이치로의 심경을 상세히 소개했는데 스포츠호치는 역대 이치로의 발언록까지 박스로 정리했다. 안타 1개 외엔 보여준 게 없었던 이치로는 9일 영패에 대해 “1점차라도 진 건 진 거다. 졌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나에게 있어 일본에서 최후의 게임, 단지 한국전이 아니었기에 화가 난다. 부담감을 받는 쪽은 한국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경기를 해내다니 (한국은) 힘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산케이스포츠는 “이 경기로 ‘(한국이) 이제 일본을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도록 해주고 싶다”란 무라타의 경기 전 도발을 전했다. 그러나 무라타는 경기 후 “내 책임으로 졌다”고 꼬리를 내렸다. 이 신문은 김태균이 결승타를 친 것을 의식, ‘4번의 차이에서 승패가 갈렸다’고 촌평했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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