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슈터 김현준 살아 돌아온듯…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삼성, 10주기 맞아 유품 전시

첫 6000득점 농구스타 기려

‘전자 슈터’ 김현준(1960∼1999·사진)을 기억하시나요.

삼성은 22일 잠실 실내체육관 매표소 광장에서 고 김현준 코치의 유품 전시회를 열었다. 이곳에는 그가 생전에 받았던 수많은 상장, 트로피, 메달을 비롯해 사진, 팬레터 등이 놓여 있었다. 부인 김정숙 씨(48)가 먼저 간 남편을 생각하며 보관하던 것들이었다.

김 코치는 삼성 선수 시절 1980, 90년대 현대 이충희(KBS 해설위원)와 함께 한국 농구 전성기를 이끈 스타였다.

광신상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뒤 1983년 실업 삼성전자에 입단한 그는 농구대잔치 최초로 6000득점을 돌파하고 네 번이나 득점왕에 오르는 등 불세출의 슈터로 활약했다.

1995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미국 유학을 거쳐 이듬해부터 삼성 코치로 활동했다. 1999년 10월 2일 택시를 타고 출근하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졌다.

올해는 김 코치가 유명을 달리한 지 10년째 되는 해. 삼성은 기일인 10월 2일이 시즌 개막전이라 창단 31주년 기념경기에 맞춰 전시회를 마련했다.

연세대 입학 동기로 실업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던 삼성 이성훈 사무국장은 “김현준은 뛰어난 실력과 성실함을 갖춘 인물이었다. 살아 있었다면 농구계의 큰 일꾼이 됐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구단은 그를 ‘영원한 삼성맨’으로 기리기 위해 이듬해부터 ‘김현준 농구 장학금’을 만들었다. 경기에서 승리할 때마다 일정 금액(현재 30만 원)을 적립했고 지금까지 30여 명의 농구 꿈나무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삼일상고 1학년 때 이 장학금의 첫 수혜자였던 양희종(KT&G)은 어느새 국내 정상급 포워드로 성장했다.

‘전자 슈터’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분신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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