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남 “ML행 꿈 이뤄주오”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7분


롯데 포스팅시스템 요구로 세인트루이스 이적 난항… “보내주면 꼭 롯데 컴백”

‘풍운아’ 최향남(38·롯데·사진). 그의 야구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1990년 전남 목포 영흥고를 졸업하고 동국대에 진학하려다 서류를 잘못 내 입학이 취소됐다. 해태(현 KIA)에 입단한 그는 1997년 LG로 이적해 3년 동안 28승(20패)을 거두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러나 1998년 노랑머리 염색 파동을 일으키며 ‘반항아’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2006년 미국으로 건너가 클리블랜드 산하 트리플A 버펄로에서 8승 5패에 평균자책 2.37로 맹활약했다. 그래도 갈망하던 메이저리그 무대에는 서지 못했고 2007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그는 ‘향운장’으로 불렸다. 시원시원한 투구로 순식간에 경기를 마무리하는 그에게 ‘술이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어 왔다’는 관운장(관우)의 이름을 빌려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하지만 모처럼 얻은 인기를 뒤로하고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도미니카 겨울리그에서 뛰는 등 고생 끝에 세인트루이스와 가계약했다. 그리고 14일 귀국했다. 구단에 이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받기 위해서였다. 롯데는 2007년 계약할 때 원하면 해외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향남은 바로 다음 날 암초를 만났다. 구단이 예상치 못한 ‘이적료 카드’를 꺼내든 것.

최향남은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니어서 구단 허락 없이 미국에 갈 수 없다. 구단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고집하면 그를 데려갈 구단은 나오기 힘들다.

“세인트루이스는 느낌이 좋았다. 경험이 많은 내게 관심을 보였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의 지난해 연봉은 1억 원이다. 세인트루이스로 가면 연봉 5만 달러 안팎을 받을 것 같다고 전했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물었다.

“항상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강한 상대를 찾아 배우고 싶었다. 안정된 생활은 50∼60세쯤 돼서 생각하면 된다. 지난해 구위가 괜찮았다. 체력도 자신 있다. 그런 계산을 했으니까 결심한 거다. 올해가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

그러나 롯데는 16일 최향남을 FA로 풀어주는 대신 포스팅시스템을 거치게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롯데는 이적료 등 금액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세인트루이스가 마이너리그 선수 한 명을 얻기 위해 번거로운 절차를 감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나머지 구단은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 뻔하다.

롯데가 ‘절차’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한 야구 관계자는 “FA로 푼다면 나중에 돌아왔을 때 다른 팀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향남은 이에 대해 “구단이 보내준다면 양심을 걸고 반드시 롯데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향남은 “쉬운 방법이 있는데 어려운 길을 가게 됐다. 응찰되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꿈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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