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 달성 실패…아사다 마오 우승

  • 입력 2008년 12월 13일 22시 09분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 달성이 물거품으로 돌아갔지만, ‘피겨퀸’ 김연아(18.군포수리고)는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눈물 대신 미소를 지은 김연아의 등 뒤에는 고국팬들의 든든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연아는 13일 경기도 고양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SBS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2008-2009’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시즌 최저점인 120.41점을 받았다.

이로써 김연아는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5.94점을 받아 2위 아사다 마오에 0.56점차로 앞서며 우승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프리스케이팅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총점 186.35를 기록해 188.55를 획득한 아사다 마오(일본)에 2.2점차로 뒤진 2위에 머물렀다.

또 그랑프리 파이널 2006-2007(러시아), 2007-2008(이탈리아)에 이어 고국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마저 우승을 노렸지만, 라이벌 아사다 마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반면 프리스케이팅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아사다 마오는 점프에서 한 차례 실수로 감점 1점을 당했을 뿐, 나머지 기술과 프로그램 점수에서 김연아를 앞서며 역전 우승으로 올 시즌 세계 최고의 피겨 여왕으로 탄생했다.

이날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블랙코드 대신 정열적인 붉은색의 유니폼을 입고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발레곡 ‘세레라자데’의 선율에 맞춰 아름다운 연기를 시작했다.

현란한 팔동작으로 빙판 위에서 하루하루 삶을 연장해가는 세헤자라데의 간절함을 애절하게 표현한 김연하는 강렬한 트리플 점프 콤비네션(트리플플립-트리플토루프)으로 아라비아 왕과 관중들을 홀려 나갔다.

특히 김연아는 트리플루프 점프와 트리플러츠-더블토루프-더블루프 3연속 점프 콤비네이션의 고난이도 기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상승세를 탄 김연아는 더블악셀-트리플토루프 점프에 이어 플라잉 싯스핀, 더블 악셀-트리플토루프 콤비네이션까지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를 범한 트리플러츠 점프가 문제였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한 바퀴 밖에 돌지 못한 것. 자신의 장기가 빛을 잃자 트리플 살코에서도 엉덩방이를 찧는 실수가 이어져 결정적인 감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김연아는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스파이럴 시퀀스, 스텝, 회전 연기를 무리없이 해냈다. 마지막 더블악셀 점프 역시 성공한 김연아는 컴비네이션스핀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여전히 카리스마도 넘쳐 흘렀다.

김연아가 연기를 끝내자 쇼트프로그램 직후 펼쳐졌던 장관이 재현됐다. 폭발적인 관중들의 환호 속에 수 많은 꽃다발과 인형들이 빙판 위로 날아 들었다. 부담감과 좋지 않은 몸상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피겨퀸’에 대한 고국팬들의 답례였다.

브라이언 오셔 코치와 기쁨의 포옹을 나눈 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키스앤크라이존으로 들어온 김연아는 예상치 못한 점수가 나오자 잠깐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지만, 이내 밝은 표정을 되찾으며 성숙한 모습도 보였다.

믹스트존으로 자리를 이동한 김연아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이틀 전부터 감기에 걸려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마지막 실수가 아쉽기는 하나 한국팬들에게 좋은 모습도 선보여 기분 좋다”며 이날 연기를 자평했다.

이어 김연아는 “한국에서 치른 첫 대회여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정신적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연아는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 준 한국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내년에는 더욱 멋진 모습으로 찾아 뵐 것”이라며 고국팬들의 성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3위는 총점 168.01점을 획득한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가 차지했고, 조애니 로셰트(캐나다)가 총점 166.36점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에 올랐던 나카노 유카리(일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5위로 떨어졌고, 안도 미키(일본)는 158.25점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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