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뒤를 쫓는 젊은이들

  • 입력 2008년 12월 9일 18시 12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6이닝 2안타 1실점하며 시즌 8승째를 챙겼던 9월 28일(이하 한국시간) 경기는 결국 그의 마지막 등판이 되고 말았다. 9일 윈터 미팅이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은퇴 발표를 하는 그렉 매덕스는 이제 전설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렉 매덕스, 로저 클레멘스, 랜디 존슨... 한 시대를 풍미했던 90년대 메이저리그 3대 투수들은 이제 완전히 혹은 사실상 사라졌다. 앞선 세 명에서 더 나아가 페드로 마르티네즈, 커트 실링, 마이크 무시나 등도 이젠 우리가 볼 수 있는 선수들이 아니다.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남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그들의 존재로 인해 지나간 사람들은 미련이 아닌 추억으로 우리 가슴 속에 남는다. 떠나간 그들의 자리를 차지할 제 2의 매덕스, 클레멘스, 존슨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 당장 전설을 이을만한 투수를 찾자면 브랜든 웹, 제이크 피비, 로이 할라데이, 그리고 좌완의 요한 산타나, C.C 사바시아를 들 수 있다만, 솔직히 아직은 한참 모자란다.

싱커볼러 웹은 어떤 면에서는 과소평가를, 또 어떤 면에서는 과대평가를 받는 선수이다. 올해 22승을 거두었음에도 역동적인 경기를 펼친 팀 린스컴에 밀려 사이영 투표 2위에 그쳤던 웹은 그가 애리조나에 있던 2003년 이후 총 승패에서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팀 성적 때문에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승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2승과 18승을 거둔 올해와 작년이 아닌 16승으로 그쳤던 2006년에 사이영상을 수상한 점에서는 분명 행운아이다. 선발 16승으로 사이영 상을 받은 투수는 1995년 이후 단 한 명도 없었다. 라이언 하워드-알버트 푸홀스-랜스 버크만이 홈런 레이스를 펼쳤던 그 해의 내셔널리그 마운드는 완전 흉작이었다.

살짝 김이 빠졌다는 느낌이 들다 올 시즌 다시 살아난 산타나와 사바시아는 랜디 존슨이 보여줬던 파워 왼손투수의 위력을 비슷하게나마 따라하고 있다. 뉴욕 메츠와 밀워키로 둘 다 내셔널리그 이적 후 도약의 기회가 됐던 그들은 올 시즌 나란히 사이영 상 투표에서 3위와 5위에 랭크됐는데, 불세출의 랜디도 그전까지는 한 번에 그치다 35살이었던 1999년부터 4년 연속 사이영 상을 수상한 괴력의 사나이였다는 점에서 고작(?) 스물아홉과 일곱에 머물러 있는 그들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다고 해줘도 될지 모르겠다.

사실 투수 분업화가 점점 확대되고, 투수들의 체력관리가 갈수록 중시되면서 옛날처럼 한 경기를 다스리고, 시즌을 지배하는 절대 권력의 투수들은 사라져가고 있는 게 요즘 야구의 현실이다. 25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투수는 2003년의 로이 할라데이(266), 2004년의 리반 에르난데스(255)를 이후로 자취를 감췄고, 한 시즌의 선발 등판 횟수는 35회, 3일 휴식 후 등판은 정말 팀이 절박한 상황이 아닌 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됐다. 그 만큼 선수들의 생명은 늘어나지만, 반대로 뇌리에 남는 도미네이트한 투수도 찾기 어려워 졌다. 그나마 많은 우완 투수들 가운데 웹을 꼽아봤지만, 그가 87승을 거둔 29살에 매덕스는 이미 122승을 거둔 투수였다.

여기에 오클랜드의 머니볼 신드롬을 일으켰던 투수 3인방 팀 허드슨, 마크 멀더, 배리 지토의 몰락, 휴스턴의 로이 오스왈트나 클리블랜드의 바톨로 콜론, 시애틀의 펠릭스 로드리게스, 보스턴의 조시 베켓 같은 슈퍼 루키들이 기대만큼 성장해주지 못한 것도 포스트 매덕스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한 요인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스타 탄생을 원하는 팬들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그들의 활약에 너무 심취해있는 나머지 새로운 얼굴을 찾는 데는 소극적이었던 건 아니었나 싶다.

하긴 2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와 18번의 골드글러브를 타는, 4년 연속으로 리그를 지배하고 사이영 상을 받는 일은 그 누가 나타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합쳐 355승을 거두는 투수는 어쩌면 우리 생애에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엠엘비파크 임동훈 기자 arod7@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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