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우 KBO 총재 “현금트레이드 불허”

  • 입력 2008년 11월 21일 10시 08분


한국야구위원회 신상우 총재(오른쪽)는 20일 동아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히어로즈 장원삼의 삼성 30억 현금트레이드 승인을 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왼쪽은 하일성 사무총장. 사진=연합
한국야구위원회 신상우 총재(오른쪽)는 20일 동아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히어로즈 장원삼의 삼성 30억 현금트레이드 승인을 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왼쪽은 하일성 사무총장. 사진=연합
“다수의 의견을 들어줘야 하지 않겠나.”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논란에 휩싸인 히어로즈 장원삼의 삼성 30억 현금 트레이드 승인을 불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히어로즈와 삼성을 제외한 6개 구단의 반발을 수용하겠다는 뜻이었다.

신 총재는 21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2005년 3월 KBO 총재에 취임한 그는 많이 지친 듯 했다. “언론에서 무능한 총재라는 질타를 받고 (총재직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KBO에서 사적인 욕심을 부린 적이 없다”고 했다.

-요즘 심경이 어떠신지.

“언론의 비판을 많이 받고 여러 구단의 반발도 많았고…. 떠나야 되겠다 생각한다. 야구 분위기 좋을 때 화합하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지 않겠나.”

-히어로즈 장원삼이 삼성에 30억 현금 트레이드 되는 사실을 언제 알았나.

“나는 사전에 전혀 몰랐다. 사후에 보고를 받았다. 이사회에서 히어로즈 이장석 사장이 다른 구단에서 현금 트레이드 요청을 했지만 금액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마침 삼성이 조건이 좋아 트레이드를 합의했다더라.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줄은 몰랐다.”

-이장석 사장의 말은 진실일까.

“이사회에서 모 구단 사장은 다른 구단이 현금트레이드 요청했다는 것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하자 이 사장은 ‘그런 식의 거짓말은 안한다’고 했다. 다시는 (그런 식의 현금 트레이드)를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양 쪽의 갈등이 너무 심하다. 히어로즈는 (삼성에게서 받은 30억 원을) 돈도 다 썼다고 하는데….”

-이사회 분위기는 어땠는지.

“이사회에서 히어로즈 창단 당시 약속했던 ‘5년간 매각 및 선수 현금 트레이드 금지’를 언제까지 규제할지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얘기할 상황이 아니었다. 내 개인적인 얘기를 할수 없었다. 야구계 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건 무효화를 시켜서라도 말이다.”

-히어로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해선 안 된다. 히어로즈는 KBO 납입금을 분할 납부하고 있는 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자칫하면 7개 구단으로 갈수도 있다. 그래도 (나머지 구단들이) 용납 못한다면 할 수 없다.”

-일부 언론은 신 총재의 책임론을 제기하는데.

“모 스포츠 신문을 보니 나머지 구단이 장원삼 현금 트레이드를 승인하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KBO 총재의 직무정지 소송을 한다고 하더군. 나에 대해 무능한 정치인이라 말하기도 하고…. ”

-장원삼 트레이드 논란을 어떻게 마무리할건지.

“선의로 타협을 해보려 했는데 이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히어로즈와 삼성이 치졸하게 까발리기를 하더라도 다수의 의견을 들어줄 수밖에.”

-총재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데 중도 퇴임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동아일보에서 더 하라고 하면 임기를 마치겠다(웃음). 농담이다. 내 자신이 임기를 다 채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 유능한 사람이 맡은 때가 됐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마치고 올해 안에 결정하려 한다. 장원삼 사태와는 별개로 얼마전부터 생각해왔다. 올해 야구로 국민을 즐겁게 해줬다는 데 만족한다. 떠날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KBO총재로 야구를 위해 헌신했다.”

-차기 총재가 정치인이 될 거라는 말이 나온다. 총재는 어떤 인물이어야 할까.

“이제 야구계가 자율적으로 총재를 인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은 무조건 안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총재는 야구 전문가여선 곤란하다. KBO 총재는 행정가여야 하고, (정치적) 판단을 잘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현 정부가 필요한 인재를 잘 검토하겠지.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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