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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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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막으려 목보호대 착용
노총각요? 누군가 있었으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코트를 지키며 새로운 이정표를 눈앞에 뒀다.
프로농구 KCC 서장훈(34·207cm).
10년 전 이맘때인 1998년 11월 14일 그는 대구에서 SK 유니폼을 입고 동양(현 오리온스)을 상대로 치른 프로 데뷔전에서 24점을 넣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런 그가 이번 주말 대망의 정규시즌 1만 득점 돌파를 예약했다. 12일 현재 9979득점으로 21점을 남겨 놓고 있다. 미국프로농구에서 최고 기록은 카림 압둘자바의 3만8387득점.
단순히 오래 뛴다고 세워지는 기록은 아니기에 서장훈은 마음 한편이 뿌듯하다. 게다가 KCC는 5연승으로 단독 선두에 나섰기에 시즌 초반의 발걸음이 가볍다.
장기 원정을 다니느라 12일 보름 만에 서울 집을 찾은 서장훈은 “기록을 위해 뛰는 건 아니지만 1만 점은 여러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낸 땀과 피, 노력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최형길 KCC 단장은 “서장훈 기념 영상물을 제작해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그는 국내 최장신 신인 하승진(23·222cm)과 호흡을 맞추면서 더욱 의욕이 넘친다.
“이젠 조용히 지내나 했더니 승진이가 와서 바빠졌다.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하승진의 자유투 난조에 대해 “손과 키가 너무 커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한 서장훈은 “스트레스가 심해 보여 조언하기도 조심스러운데 잘 해낼 것 같다”고 후배 사랑을 전했다.
하승진과 함께 마이카 브랜드(207cm), 브라이언 하퍼(203cm) 같은 장신선수가 팀에 즐비해 서장훈은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출전시간이 조절되다 보니 경기 리듬 유지에 애를 먹기도 하지만 체력 부담도 줄어들어 속공과 백코트 가담이 늘어난 것도 달라진 대목이다.
그래도 부상 재발을 위해 여전히 목보호대를 하고 다녀 ‘목장훈’이라는 짓궂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은퇴할 때까지 목보호대를 하겠다는 서장훈은 “목이 워낙 민감한 부위라 걱정이 많다. 보호대를 하면 목이 졸리고 시야도 나빠져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어려움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어느새 프로농구 최고령 노총각이 됐다는 얘기에 서장훈은 “나 혼자는 아니다. KTF에 동갑내기인 (양)희승이가 있지 않느냐”며 “자연스럽게 때가 되면 누군가 생기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