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 입력 2008년 11월 10일 10시 09분


우아하게 팔을 벌리고 선 ‘피겨퀸’의 눈동자가 요염하게 변했다. 동시에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가 시작됐다. 첫 과제는 전매특허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쇼트프로그램에서 억울한 ‘롱에지(Wrong Edge)’ 판정을 받았던 점프였다. 하지만 김연아(18·군포수리고)는 주저 없이 도약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탄탄하고 빠른 공중 동작으로 세 바퀴를 정확히 돌았다. 그리고 깨끗한 착지. 청명한 휘파람 소리가 얼음 위에 울려 퍼지는 듯 했다.

○GP 시리즈 5대회 연속우승

김연아가 또 해냈다. 8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 시니어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3차대회 ‘컵 오브 차이나(Cup of China)’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28.11점을 얻어 합계 191.75점으로 1위에 올랐다. 2006-2007 시즌 4차대회부터 5개 대회 연속 우승이자 3년 연속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 2위 안도 미키(일본)와의 점수차는 20.87점에 달했다.

○연속점프 실패는 기지로 극복

위기관리 능력도 빼어났다. 김연아는 세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를 시도하다 러츠 착지가 불안해 연속 점프를 뛰지 못했다. 하지만 다섯 번째 점프인 단독 트리플 러츠에 곧바로 더블 토루프를 붙이는 기지를 발휘해 추가점을 따냈다. 김연아는 “연속 점프를 실패하면 감점이 많기 때문에 머릿속이 계속 복잡했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경기 후 점수 발표와 동시에 고개를 크게 끄덕인 것도 ‘해냈다’는 자신감에 다름 아니었다.

○체력·정신력에 중국 교민 응원도 뒷받침

김연아가 “홈에서 경기하는 것 같다”며 놀랐을 정도로 열광적인 중국 교민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경기를 마친 순간 링크 위로 수많은 인형이 쏟아진 것은 물론 9일 열린 갈라쇼에서도 ‘온리 호프(Only Hope)’에 맞춰 선보이는 손짓 하나하나에 탄성이 터져나왔다. 2년 연속 김연아를 ‘컵 오브 차이나’에 초대했던 중국 빙상연맹은 올해의 폭발적인 흥행에 고무된 상태. 벌써 다음 시즌에도 김연아의 출전을 신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전히 남은 논란의 불씨

하지만 ‘롱에지’ 판정에 대한 위험은 여전하다. 이날 김연아의 플립은 ‘e마크’ 대신 ‘!마크’를 받았다. 올 시즌부터 새로 도입된 ‘!’는 주의를 요한다는 뜻의 ‘어텐션 마크’. 감점이 필수는 아니지만 점프의 인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김연아가 평소보다 적은 가산점(0.40점)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선수간 기량차가 큰 그랑프리 시리즈와 달리 파이널,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에서는 1점 이내의 점수차로 순위가 갈릴 수 있다. 매니지먼트사 IB스포츠 관계자는 “큰 대회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심각성이 크다. 비공식적으로라도 계속 문제 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베이징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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