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vs SUN“얼굴은 웃지만…양보는 못해”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9시 07분


20년전 방장과 방졸 ‘PO격돌’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습니다. 두산 김경문 감독과 주장 김동주, 삼성 선동열 감독과 주장 진갑용이 나란히 앉아 ‘결전을 앞둔 각오’를 밝혔습니다. 기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미디어데이는 너무 싱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때론 날 선 말도 오가고 치열한 기싸움도 있어야 맛(?)인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78학번 김 감독과 81학번 선 감독은 고려대 재학시절, 방장과 방졸로 인연을 맺은 뒤 30여년 가깝게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대팀의 약점을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해가는 등 두 감독의 특별한 인연 만큼이나 미디어데이 분위기는 부드러웠습니다. 묘하게 두 감독뿐만 아니라 김동주, 진갑용까지 모두 고려대 출신이라 ‘고대 동문회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김 감독은 “좋은 경기를 해서 팬들에게 서비스하겠다”고 했고, 선 감독 역시 “페넌트레이스에서 4위를 하고 올라온 우리 팀은 보너스게임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오고가는 말’이 고왔지만 사실 두팀 사령탑이나 선수들 모두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란 말이죠. 두산 선수단은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 4전패로 삼성에 눌린 아픔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 선수단 역시 “가을엔 우리가 더 세다는 걸 또 한번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지요. 덕담에 인색하지 않았던 양 감독 역시, ‘승리에 대한 갈망’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사는 두 사람으로선 어쩌면 숙명 같은 일이기도 하지요.

미디어데이는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했지만 승부의 세계에 선 두팀은 한국시리즈에 오르기 위해 마음 속으로 날카로운 칼을 갈고 있습니다. 미디어데이는 그런 면에서 ‘웃음 속에 가려진 승부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 감독과 선 감독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두 명장과 양팀 선수들이 펼칠 멋진 플레이오프를 기대합니다.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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