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근호, 과연! 박지성…‘3골 합작’ 한국, UAE 4-1 대파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8시 27분


좌·우 밸런스에 신구 조화 빛나…허정무호 부진 씻고 귀중한 첫승

주장 박지성의 말대로 태극전사들은 경기를 즐겼다. 경기를 만끽하는 몸놀림 또한 경쾌했다. 한국축구의 위기를 느낀 태극전사들의 눈빛도 그만큼 변해 있었다.

한국축구가 모처럼 웃었다. ‘축구장에 물을 채워 수영장으로 만들자’는 극단적인 비아냥에 시달렸던 한국축구가 그동안의 부진을 깨끗이 털고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랍에미레이트(UAE)와의 2010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2차전에서 이근호(2골)와 박지성(1골), 곽태휘(1골)의 골 퍼레이드로 4-1로 크게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1승1무 승점 4를 마크, 본선 직행의 희망을 부풀렸다. 한국은 UAE와의 역대 전적에서도 8승5무2패로 절대 우위를 유지했다.

이날은 결코 지면 안 되는 중차대한 일전이었다. 북한전 무승부 이후 월드컵 본선 직행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만연한 가운데 이날 반드시 승점 3을 따야만 그나마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비장한 각오의 허정무 감독은 정성훈과 이근호를 투 톱으로 내세우는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선택은 옳았다. 한국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빠른 패스와 공간 패스, 2대1 패스 등 패스의 정확도를 높이면서 효율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투 톱 시스템은 앞으로 계속 적용해도 될 만큼 파괴력이 돋보였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첫선을 보인 4-4-2시스템을 통해 공격 숫자를 늘리는 한편으로 공격의 다양성을 꾀하면서 한층 매끄러운 플레이를 보였다. 최전방에서 고립되던 과거의 경기 운영에서 탈피, 정성훈과 이근호는 물론 박지성, 이청용까지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며 상대를 괴롭혔다.

좌우 밸런스와 신구조화도 돋보였다. 김동진-박지성, 이영표-이청용 등이 좌우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찬스를 엮어냈고, 중앙 미드필드에서도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상대를 주눅들게 했다. 기존 대표팀 멤버는 물론 올림픽대표팀 출신의 이근호 이청용 기성용 정성룡 등이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으며 완벽하게 신구조화를 이뤘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날 승부를 가른 것은 태극전사들의 볼에 대한 집중력이다. 그것이 곧바로 골로 연결됐고, 한국은 승리의 찬가를 부를 수 있었다.

경기 시작 후 정성훈 기성용 박지성 김동진 등이 상대 골문을 위협하며 예열을 가한 한국은 20분 만에 선제골을 뽑았다. 미드필드 가운데서 이청용이 절묘한 공간 패스를 넣어주자 이근호가 쏜살같이 내달리며 수비수 태클을 피해 오른발 슛, 볼은 골키퍼와 골대 사이의 빈공간을 파고들었다.

한번 불붙은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5분 후엔 박지성이 주인공이 됐다. 페널티라인 오른쪽에서 이영표가 찔러준 볼을 상대 수비수가 걷어내면서 조금 뜨자 박지성이 잽싸게 가로챘고, 한번 드리블 한 후에 오른발 강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후반 26분 수비 실수로 상대에게 만회골을 허용했지만, 한국은 결코 동점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 35분 박지성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받은 이근호가 페널티라인 오른쪽에서 과감한 오른발 슛으로 상대의 추격의지를 꺾었고, 경기 종료 직전에는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가 환상적인 헤딩슛으로 쐐기를 박았다.

상암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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