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북전… 양감독 칼날 신경전, 악수도 독했다

  • 입력 2008년 9월 10일 08시 27분


웃음한번 없이“이겨야 산다”기싸움 … 승점 3점 최대고비 치열한 혈전 예고

남북전에는 ‘화기애애’ 같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분단 민족의 뼈아픈 숙명처럼 서로에게만은 결코 지지 말아야할 책무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감독이든 선수든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10일 벌어질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남북전을 앞둔 양 팀 감독들이 날카로운 어조로 필승을 다짐했다. “경기 내용보다 무조건 이기는 게 중요하다.” 이구동성이었다. 허정무 한국 감독과 김정훈 북한 감독은 9일 오후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극한의 긴장감 속에서 토해냈다.

더불어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만만치 않은 기세 싸움도 벌였다. 인터뷰 룸 입구에서 만난 이들은 어색한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아무도 웃음을 흘리지 않았다. 허 감독이 먼저 “UAE전 승리를 축하 합니다”라고 말했지만, 김 감독은 무표정으로 흘려들으며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맴돌았다. 인터뷰가 시작된 이후 양 감독은 경기 내용보다는 무조건 승리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경기에 밀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이어 허 감독도 “내일 경기에는 이기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이전까지 골 결정력 등이 좋지 않았지만 북한전은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10분간의 짧은 인터뷰를 마친 뒤 양 감독은 어색한 자리를 피하려는 듯 재빨리 인터뷰 룸을 빠져 나가려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선의 경쟁을 다짐하는 의미로 악수를 나누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처럼 양 감독은 함께 있는 시간이 불편한 듯 보였다. 사진 기자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악수를 나누며 포즈를 취하긴 했지만 어색함은 떨칠 수 없었다.

올해에만 4번째 대결을 벌이는 남북 축구대표팀. 지금까지 3차례 모두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더욱 중요하다. 남과 북 모두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경기이다. 사우디, 이란 등 중동의 강호들과 한조에 속한 한국과 북한은 서로를 상대로 승점 3을 챙기지 못하면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때 보다 필승의 애절함을 쏟아내며 불꽃 튀는 장외 신경전 까지 벌인 허 감독과 김 감독. 제 3국의 그라운드에서는 어떤 전략으로 맞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하이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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