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만큼 훈련… 마음속 메달 도전”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얼짱 인어’ 김지은 자유형 100m 5위 역영

“장애인 선수들 모두 노력만큼은 박태환 못지않게 했을 거예요.”

장애인 체육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김지은(25·사진)이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듯하다. 지난해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나왔고 올해 장애인의 날에는 잠실야구장에서 시구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베이징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얼짱 선수’가 바로 그다.

‘얼짱’이라고 불리는 게 부담스럽다는 김지은은 뇌병변 장애(뇌성마비, 뇌중풍 등을 총괄하는 개념)를 안고 태어났다. 지금도 걸을 때면 다리가 꼬여 절뚝거린다. 초등학교 때 수영을 배우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 그만뒀다. 그리고 3년 전 재활 치료를 위해 다시 수영장을 찾았고 이듬해 장애인 전국체육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기량이 쑥쑥 늘었다.

김지은은 8일 베이징 워터큐브에서 열린 자유형 100m 결승에 출전했다. 비록 자신이 출전하는 S7(장애 7등급) 부문 선수가 모두 8명이라 예선이 필요 없긴 했지만 그는 한국 여자 수영 선수로는 처음으로 장애인 올림픽 결승 무대에 섰다.

출발 반응 속도 0.83초로 5위를 기록한 김지은은 막판까지 역주했고 결과도 1분18초54로 5위였다. 2004 아테네 대회 7관왕 에린 포포비치(미국)나 세계 기록(1분11초61) 보유자 키르스텐 브룬(독일) 등의 벽은 아직 높았다. 국내 훈련 도중 다친 어깨 때문에 막판 스퍼트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비록 우승은 1분11초82로 패럴림픽 기록을 갈아 치운 포포비치의 몫이었지만 김지은은 자신의 기준기록을 4초 가까이 앞당기며 확실한 가능성을 보였다. 출발 선수 명단에 있던 그의 기준기록은 1분22초14로 8명 가운데 7위였다.

경기를 마친 뒤에도 그의 다리는 한참 동안 경련을 일으켰다. 힘들었던 레이스가 고스란히 근육 속에 담겨 있었다. 김지은은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장애인 선수들이 이렇게 열심히 도전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김지은은 자유형 50m, 400m와 배영 100m 출전을 남겨놓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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