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스타 양태영 “포기않고 계속 도전”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양태영(28·포스코건설·사진)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결혼한 아내 김혜정(27) 씨에게 보내는 이 말을 남기고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양태영에게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각별한 무대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다 잡았던 금을 놓치고 동메달에 머물렀던 그다. 하지만 그는 19일 열린 남자 체조 평행봉 결선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하며 15.650점으로 7위에 머물렀다.

“(부상 당한) 허리는 괜찮아요. 하지만 생각대로 잘 안 됐어요. 열심히 했는데 실수를 많이 했네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이 잠겨있었다.

양태영은 아내에게 미안했다. 합숙이 시작되면 1∼2주에 한 번씩밖에 집에 들어갈 수 없는 게 체조 대표팀 선수의 생활.

양태영은 아내의 인터넷 미니홈피에 “우리 여보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아∼ 금메달 따서 빨리 돌아갈게^^”라고 글을 남겼다. 아내 김 씨는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 당신의 날이 되길 바라요. 힘내요 신랑^^”이라고 응원했다.

게다가 양태영은 11월이면 아빠가 된다. 4년 전과 달리 아내와 태어날 아기까지 생긴 그는 “꼭 (금메달을) 따려고 했는데…”라며 끝내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이제 그도 어느덧 서른이 코앞이다. 양태영은 그래도 다시 ‘도전’을 외쳤다. 그는 “운동을 계속하겠다. 체력이 닿을 때까지 끝까지 하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비운의 체조 사나이’의 도전은 계속된다.

베이징=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