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요? 즐기세요, 매너지키면서… 허허”

  • 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9분


“골프는 실력보다 에티켓 중시 스포츠

요즘 좋아진 장비 덕에 샷거리 향상

진정한 프로는 감정 컨트롤을 잘해야”

■ ‘백전노장’ 최상호가 말하는 골프

《4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앞두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설’ 게리 플레이어(73)가 화제가 됐다.

아널드 파머(미국·50회 출전)를 넘어 마스터스 51회 출전 대기록을 세웠기 때문.

당시 플레이어는 “걸을 수만 있다면 계속 마스터스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PGA투어에 플레이어가 있다면 한국에는 최상호(53·카스코·사진)가있다.

최상호는 매경오픈 첫 대회부터 올해 27회 대회까지 연속 출전했다.》

“게리 플레이어와 닮았다고 하면 저로서야 기분 좋은 일이죠. 연속 출전은 체력과 주변 여건이 모두 허락해야 되는 건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최다승(43승) 보유자이자 유일한 시즌 4승을 3번이나 달성한 최상호가 프로에 입문한 시기는 1977년.

지난해 신인왕 김경태(22·신한은행)가 태어난 해보다 10년 가까이 앞선다. 골프가 지금처럼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던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최상호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1996년 영남오픈에서 41세의 나이로 우승한 뒤 한동안 우승컵을 안지 못했던 최상호는 2005년 매경오픈에서 국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50세가 넘어 우승한 경우는 PGA투어에서도 1990년 이후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최상호는 요즘도 골프가 곧 생활이다. 남서울CC 헤드프로로 일하면서 매주 3라운드 이상을 소화한다.

“연습량은 많이 줄었어요. 젊었을 때는 매주 라운드를 5, 6번 하고 하루에 공을 1000개 넘게 치기도 했는데 요즘은 300개 정도 쳐요.”

체력은 예전 같지 않아도 샷 거리는 전성기보다 나아졌다. 좋아진 장비 덕분이란다.

최상호는 필드에서 잘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표정이 한결같다.

진정한 프로라면 감정을 컨트롤할 줄 알아야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SBS 코리안투어가 생기면서 국내 무대도 제대로 틀을 갖췄어요. 최근 젊은 선수들이 급성장한 것도 많은 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게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골프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매너와 에티켓이 먼저인 스포츠입니다. 실력만큼 매너도 훌륭한 후배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세대와 성별을 초월해 대화를 나누며 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라며 골프 예찬론을 펴는 최상호. 그에게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조언해 줄 게 있느냐고 물었다.

“스코어에 집착하지 말고 즐기세요. 카트만 타지 말고 가끔은 걷는 게 좋고요. 무엇보다 ‘매너 좋은 골퍼’가 된다면 골프가 더 재미있을 겁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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