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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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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 많은 호랑이’(전창진 동부 감독)에게 ‘포수’(안준호 삼성 감독)가 혼쭐났다.
동부의 완승으로 끝난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1차전이 그랬다.
전 감독은 17일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그 꾀 보따리를 풀어놨다.
“삼성 가드들은 한결같이 골밑으로 치고 들어갔다가 외곽으로 공을 빼 찬스를 만든다. 그래서 이들이 치고 들어오더라도 김주성 등에게 따라가 막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고 지시했다.”
삼성의 ‘명품’ 가드진은 돌파해도 동부 수비가 흔들리지 않자 허둥댔고 전반에만 14개 실책을 저지르며 자멸했다. 전 감독의 대비책이 보기 좋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전 감독은 삼성의 강점에 대한 생각도 일반 시각과 달랐다.
“삼성 가드진이 강하다고 하는데 사실 더 두려운 것은 테렌스 레더와 빅터 토마스의 골밑 공격이다. 그 부분을 막는 데 초점을 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삼성 레더는 전반 2득점에 그쳤고 승패가 기운 후반에 22점을 넣었다. 토마스는 11득점에 그쳤다.
프로야구 김성근 SK 감독이 경기를 읽는 눈이 탁월해 ‘야신(야구의 신)’으로 불리지만 이날 전 감독도 ‘농신(농구의 신)’으로 불릴 만큼 수읽기가 뛰어났다.
하지만 2005∼2006 시즌 챔피언 반지를 낀 안 감독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감독은 “실책을 줄이고 제공권 싸움에서 대등하게 맞선다면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김동광 SBS 해설위원은 “동부는 삼성이 3연승으로 꺾은 KCC보다 훨씬 빠른 팀이다. 또 동부는 삼성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KT&G를 상대로 적응을 끝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 이상민과 강혁이 영리한 선수라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김주성을 막기 위한 해법 없이는 삼성이 힘든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와 삼성의 2차전은 19일 오후 2시 30분 원주에서 열린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