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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2일 0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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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외의 부진이 시작됐다. 개막과 동시에 4경기·17타석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연신 헛방망이를 돌려 삼진도 줄을 이었다. 두산이 나흘 전까지 6연패 늪에 빠졌던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고영민은 이에 대해 “초반에 너무 떨렸다. 지난해 팀에 보탬이 됐으니 올해는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에 부담감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전환점은 4일 문학 SK전에서 찾아왔다. 김 감독은 경기 전 고영민을 불러 “한 경기 쉴래?”라고 물었다. 그 때 고영민의 머리엔 ‘한 경기를 쉬면 앞으로 계속 쉬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매 타석 히트앤드런 작전이 나왔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쳐라.” 변함없이 3번으로 나선 고영민은 바로 이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시즌 마수걸이 안타를 쳤다. 그게 솔로홈런이었다. 이후 매 경기 안타 행진이 이어졌고, 1할대에 머무르던 타율은 2할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11일 잠실 LG전. 고영민은 1-1로 맞선 2회 2사 1·2루에서 LG 선발 최원호의 몸쪽 높은 포크볼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역전과 함께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 3점포(비거리 115m)였다. 그는 경기 후 “내가 여기까지 올라온 과정을 생각하면서 좀 더 강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런 한 방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나머지 타석에서 더 이상 안타가 없어 만족스럽지 못하다. 다음 경기에서는 좀 더 집중력을 갖고 타석에 임하겠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냥 ‘두산 2루수’가 아니라 ‘한국 최고 2루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 때문이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