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유재학 감독 “내 농구에 스타는 필요없다”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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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상태에서 뭔가를 새로 그리다 보면 보람이 크지요.”

모비스를 프로농구 정규리그 2연패로 이끈 유재학(44·사진) 감독은 ‘창단’이란 단어와 인연이 깊다.

유 감독은 연세대 졸업 후 1986년 출범한 기아의 유니폼을 입은 뒤 현대와 삼성의 양강 구도를 깨뜨리며 ‘황금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때까지 줄곧 주장을 맡으며 남다른 리더십을 보였던 그는 신생 기아에서도 주장으로 팀워크를 다지는 데 앞장섰다.

지도자로 변신해서는 1996년 대우증권의 창단 코치가 됐다. 감독 없이 먼저 코치 발령을 받은 그는 갓 대학을 졸업한 우지원, 김훈, 조성훈 등의 기량을 키우며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2004년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모비스 역시 ‘제2의 창단’이나 다름없었다. 전년도에 최하위였던 팀을 새롭게 만들어 가야 했기 때문. 유 감독은 1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팀원 간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신뢰를 쌓고 누구 하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죠.”

유 감독은 ‘단체운동의 핵심은 팀워크’라는 생각에 인화를 강조했다. 개인기와 전술 구사 능력은 그 다음이었다. 선수뿐 아니라 매니저, 통역, 프런트, 운전사까지 하나로 뭉치는 데 애썼다. 지난해에는 구단으로부터 전력 보강을 위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자유계약선수 영입을 권유받았으나 “위화감을 조성해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며 거절했다.

현역 시절 유 감독은 ‘파벌 다툼’과 부상에 시달리며 27세 때 일찍 은퇴했다.

자신이 뼈저리게 경험했기에 팀 운영에서 ‘학연과 지연’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선수 보호를 위해 부상자의 복귀 시점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유 감독은 올 시즌 종료 후 모비스와의 3년 계약기간이 끝난다. 모비스는 주전 양동근 김동우가 군 입대하고 용병선발제도 변경으로 크리스 윌리엄스, 크리스 버지스와의 재계약도 어려울 수 있다. 유 감독에게는 벌써부터 타 구단의 간절한 ‘러브 콜’이 쏟아지고 있다.

모비스에 남든, 다른 팀으로 가든 새 그림을 그려야 될 유 감독의 선택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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