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지옥의 식이요법’ 또다른 레이스 시작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6(처음 6끼는 단백질-물만) 6(후반 6끼는 탄수화물로)’으로 한국기록 깬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7·삼성전자)도 나이를 속일 순 없나보다.

18일 열리는 2007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8회 동아마라톤대회를 위해 12일 점심부터 식이요법에 들어갔는데 그 강도가 전성기에 비해 훨씬 약하다. 예전에는 ‘9-9법’을 썼다. 첫 사흘간 아홉 끼를 고기하고 물만, 그리고 마지막 사흘간 아홉 끼를 탄수화물만 먹는 식사법이다. 그러나 이번엔 체력 조절을 위해 처음 여섯 끼를 단백질과 물, 후반 여섯 끼를 탄수화물 위주로 먹는 ‘6-6법’을 쓰고 있다.

식이요법은 체내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을 최대한 많이 섭취하기 위한 식사법. 인체는 체내에 부족한 게 생기면 다음에 더 많이 저장하려는 본능(보상 기전)이 있다. 이것을 스포츠 과학적으로 이용한 식사법이다. 그러나 탄수화물을 완전히 고갈시키고 다시 채우는 극한적인 식사법이라 체력 소모가 심하다. 이봉주가 ‘9-9법’에서 ‘6-6법’으로 바꾼 이유다.

이봉주는 14일 아침까지 한 끼에 쇠고기 500g 정도와 물만 먹는다. 꽃등심과 갈비 등 가장 부드러운 고기만을 찾아 먹는데도 하루만 지나도 고무 씹는 것 같다. 게다가 오전 오후 70분씩 두 차례 지속주(13∼14km 달리기)를 하는 바람에 체내에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완전히 고갈돼 힘이 쭉 빠진 상태가 된다. 옆에서 한마디만 해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옥의 식이요법’으로 불린다.

이봉주는 14일 점심부터는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를 한다. 찰밥을 곁들인 한식을 위주로 먹되 질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장면과 빵을 섞어 먹기도 한다.

이봉주가 이런 ‘지옥의 과정’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기록 단축. 지난해 12월 말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지만 스포츠 과학의 산물인 식이요법으로 ‘+α’의 기록 단축을 노리는 것이다. 이봉주는 이번 대회에서 2000년 도쿄마라톤 때 세운 자신의 한국 기록(2시간 7분 20초) 경신에 도전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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