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신세계 여자농구 감독 “이젠 머리 길러도 될까요?”

  • 입력 2007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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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머리를 조금 기르고 다닙니다.”

여자프로농구 신세계 정인교(37·사진) 감독은 서울 종로구 청운동 숙소 근처의 한 미용실에서 VIP 대접을 받는다. 지난 1년여 거의 매주 머리를 깎아서다.

정 감독은 지난해 1월 5일 사령탑을 맡아 데뷔전이었던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34점 차로 대패한 뒤 까까머리가 됐다.

그로부터 그의 헤어스타일은 늘 ‘스포츠형’을 유지해 왔다. 팀 성적이 바닥을 헤매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다시 머리를 기르리라 마음먹었다.

그런 정 감독의 머리카락 길이가 1cm 안팎에서 3cm 정도까지 길어졌다. 미용실도 보름에 한 번 정도 들른다.

그만큼 신세계가 플레이오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4위 신세계는 28일 현재 6승 9패를 기록해 5위 국민은행을 2경기 차로 따돌렸다. 남은 5경기에서 반타작 정도만 해도 2003년 여름리그 이후 6시즌 만에 포스트시즌에 합류한다.

지난 겨울리그까지 4시즌 동안 세 차례나 꼴찌였던 신세계가 이처럼 중위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정 감독이 있었다.

정 감독은 패배의식에 젖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데 주력했고 체력 트레이너를 영입해 선수들의 지구력을 키웠다. 여자 팀 특유의 보이지 않는 선후배 간의 알력을 허물었고 철저한 실력 위주 기용으로 훈련 분위기와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신예 김정은은 올 시즌 평균 17.3득점을 터뜨리며 간판으로 떠올랐다.

고참 장선형(7.4득점)과 양정옥(5.7득점)은 재기에 성공했으며 한때 운동을 그만뒀던 박은진도 제2의 농구 인생을 힘차게 걷고 있다.

1년여 전 정 감독의 삭발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우리은행의 특급 용병 타미카 캐칭은 최근 인터뷰에서 “신세계가 예전과 달리 활력을 찾은 것 같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돈 스톱 미 나우’를 쓰고 있는 정 감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정규리그 마무리를 잘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을 한번 일으키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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