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홀. 일찍부터 몰려든 사람들이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경기장 안내를 맡은 진행요원들은 밀려드는 인파를 제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 경기장 반 나눠 7명이 공격수비
이토록 열광적인 경기지만 한국인에게는 낯설다. 이 종목의 이름은 ‘카바디’. 이번 대회 39개 종목 중 체스와 함께 한국이 불참하는 두 종목 중 하나다.
이날은 카바디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최강 인도와 그 라이벌 파키스탄의 경기가 열렸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얼핏 보면 매우 단순한 경기다. 테니스 코트만 한 경기장을 반으로 나누어 공격과 수비를 한다. 한 팀은 7명으로 구성된다. 공격 선수가 상대 코트에 들어가 수비수들의 몸을 건드린 뒤 붙잡히지 않고 돌아오면 득점한다. 수비수들은 공격수를 사로잡기 위해 집단으로 공격한다.
자연 몸싸움이 많다. 경기는 순식간에 과열됐고 선수들이 멱살을 잡으며 흥분했다. 심판들은 선수들을 뜯어 말리느라 애썼다. 또 선수들은 서로 상대의 몸을 건드렸느니 아니니 하면서 옥신각신했다.
○ 수비수 건드리고 돌아오면 득점
초반에는 파키스탄의 우세. 최강 인도에 전반전을 11-9로 앞서자 파키스탄 국기를 흔드는 관중들의 함성으로 떠들썩했다.
약 2000석의 객석은 밀려드는 인파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세계 최대의 돔경기장인 이곳에서 같은 지붕 아래 있는 체조경기장과 사이클 경기장이 카바디 관중의 함성으로 뒤흔들렸다. 후반 들어 인도가 마침내 31-20으로 역전승을 거두자 경기는 절정에 올랐다.
○ 몸싸움 심해 멱살잡이 예사
인도 출신의 아마드 코야(54) 씨는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카바디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늘은 파키스탄전이라 꼭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매우 단순하고 지루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관중은 인도인과 파키스탄인 외에도 전통 아랍 복장을 한 사람과 영국인 미국인들도 다수 섞여 있었고 일본인도 있었다. 알고 보면 나름대로의 흡인력이 있는 듯했다. 인도에서 온 산토스 쿠마르(30) 씨는 “카바디는 아무런 장비 없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매우 창의적이다. 이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도하=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