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월드컵]능청… 재치… 아드보 입심 9단

  • 입력 2006년 5월 31일 03시 04분


코멘트
딕 아드보카트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뼈 있는 농담’ 시리즈가 화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운집한 기자들이 민감한 질문을 쏟아내자 재치 있는 농담으로 받아넘기고 있다. 농담 속의 진담을 찾아본다.

○ “여자 친구 만나러 왔지”

28일 글래스고 공항에 도착한 뒤 연 기자회견.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이나 인근 국가를 놔두고 굳이 바다 건너 글래스고로 온 데 대한 비난 여론도 있는 상태였다. “글래스고로 온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내가 얘기하지 않았나. 예전 여자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다”고 능청스레 대답했다. 물론 그는 곧바로 “훈련 환경이 좋다. 선수들이 조용히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그럼 수영이나 해야 되겠네”

30일 머리 파크에서 훈련이 끝난 뒤 열린 인터뷰. 김남일이 연습경기에서 오른쪽 발목이 겹질렸고 이을용과 설기현도 숙소에서 별도 훈련을 하는 등 부상 선수가 속출한 게 관심사였다. 당연히 “월드컵이 눈앞인데 부상자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럼 우린 수영이나 해야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축구를 하다 보면 다치게 마련이다. 큰 부상은 아니다”라며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 “그럼 당신이 감독해”

아드보카트 감독은 6월 2일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 이천수를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한 기자가 “이천수를 뺀 게 세네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때 교체 투입돼 좋은 활약을 펼친 박주영에게 기회를 주려는 의도냐”고 물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씩 웃으며 “아무래도 당신이 나 대신 감독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한마디 던진 뒤 이 질문을 한 기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글래스고=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