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의 승부사' 김인식 감독 자신감의 리더십

  • 입력 2006년 4월 18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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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시사월간지 신동아 5월호에 실린 것을 요약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발매중인 신동아 5월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인식 환화 이글스 감독(사진)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의 횡포가 심했지만 세계적으로 야구 붐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용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역사가 오래된 대회가 아니고 첫 대회니까 시행착오를 고쳐 나가며 WBC를 존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8일부터 발매되는 ‘신동아 5월호’는 WBC 4강 진출에 결정적 공을 세우고 국민 감독으로 부상한 김인식씨(59)를 3시간 동안 집중 인터뷰해 야구인생 45년을 조명했다.

그는 연봉 20억원을 받는 이승엽이 “감독님 용돈 좀 주세요”라고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해외파인 박찬호는 연봉이 130억원이고 이승엽은 20억원입니다. 미국에서 이승엽이가 가끔 ‘감독님 용돈 좀 주세요’라고 말해요. 제가 어이가 없어서 1년에 20억원씩 받는 놈이 나보고 용돈 달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 라고 했죠. 그러니까 박찬호가 한 술 더 떠요. ‘아, 감독님 승엽이는 주면 안 됩니다. 제가 받아야죠.’ 130억원 받는 놈도 똑같더라고요. 많이 받는 선수들도 돈 떨어지면 별 도리 없다는 얘기거든요. 두 달을 바깥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돈 떨어질 수 있죠.”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패인은 뭐라고 봅니까”라고 묻자 그는 얼굴을 약간 찌푸리고 왼손을 내저으며 “완패였죠”라고 대답했다.

“우리 팀은 투수가 버텨줘야죠. 그때 구대성이라는 선수가 나갈 타임이었죠. 구대성이가 막아줬으면 승부가 한두 점으로 결정 났을 거 같아요. 그런데 구대성이가 담이 결려서 못 던지는 거야. 나이어린 전병두가 투 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나쁜 볼을 던져서 유인한다는 게 엉뚱하게 좋은 볼을 던진 거죠. 그래서 결국 2루타가 시작된 겁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일본을 또다시 꺾고 파죽의 6연승으로 4강에 오른 자랑스러운 30명의 태극전사가 마치 잠실구장을 방불케 하는 3만여 교포 팬의 환호 속에 그라운드를 돌며 승리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 감독은 한화 이글스와 계약금 1억8000만원, 연봉 2억원 등 모두 5억 8000만원에 2년간 계약했다. 올해 계약이 끝난다. 김 감독은 서울에 돌아와 WBC 4강 진출 보너스를 1억원 받았다.

그는 한국팀의 철벽 수비를 3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첫째는 선수가 잘 한 겁니다. 둘째는 전략 분석팀의 예측이 정확했습니다. 저 타자는 오른쪽으로 때릴 거라고 예측하고 오른 쪽을 대비하면 딱 들어맞았죠. 세 번째는 국내보다 그라운드 사정이 훨씬 좋아 엉뚱한 바운스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도쿄에서 시합하고 있을 때 전략분석팀은 미국에서 예선 경기를 지켜보았습니다. 비디오를 찍어 선수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거죠. 대만과의 경기를 앞두고서도 전략 분석을 위해 유승안, 김성한 전 감독이 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대만 팀이 합숙하던 호주를 다녀왔어요. ”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던 김인식 한화이글스 감독의 기념우표가 제작되기도 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화 이글스는 스타플레이어도 몇 명 안되고 선수 평균연봉도 가장 낮은 편이었다. 다른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 혹은 재기불능으로 지목된 선수들이 한화 이글스에 들어가 결정적인 공훈을 세워 구단의 새 바람을 주도했다. 김 감독은 약체의 전력으로 하위권을 맴돌던 한화를 맡아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에게 죽은 선수를 살려내펄펄 날게 해 ‘재활공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제가 선수한테 주문을 하죠. 선수들한테 우선 자신감을 넣어주는 게 제일 중요하죠. ‘너는 이거만 고치면 무조건 되는 거다’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역시 본인이 열심히 하고, 본인이 여기서 아니면 이젠 끝이라고 느껴야죠.”

그는 미국 WBC 대회를 치르며 뇌졸중이 더 나빠져 돌아왔다고 전했다.

“국내 경기장에 있는 덕아웃은 벤치에 앉아서도 선수의 움직임을 다 볼 수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미국은 깊게 파여 있습니다. 앉아 있으면 선수의 움직임을 잘 볼 수 없어요. 3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합니다. 피로도가 높아요. 성한 사람도 그렇게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픕니다. 덕아웃에서 다리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어요. 어제 병원에서 체크를 받았습니다. 더 절룩거리고 더 아프다고 했더니 미국에서 피로가 누적됐다고 하더군요.”

그는 “4년마다 열리는 WBC 대회를 유치하려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를 할 수 있는 돔구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황호택 논설위원이 신동아에서 만난 '생각의 리더 10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졌습니다.
가수 조용필, 탤런트 최진실, 대법원장 이용훈, 연극인 윤석화, 법무부 장관 천정배, 만화가 허영만, 한승헌 변호사, 작가 김주영, 신용하 백범학술원 원장,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

이 시대의 말과 생각
황호택 기자가 만난 생각의 리더 10인
지은이 : 황호택
가격 : 11,000 원
출간일 : 2006년 01월 01일
쪽수 : 359 쪽
판형 : 신국판
분야 : 교양
ISBN : 8970904476
비고 :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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