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WBC 4강 진출]‘꿈의 마운드’에 전설을 새기다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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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 이래도 할말 있나”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 관중석에 등장한 한국팬의 응원 문구가 일본의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의 ‘30년’ 발언을 조롱하고 있다. 이치로는 대회 직전 “한국이 30년 동안 일본을 못 이기게 해주겠다”고 말해 한국 팀과 팬의 분노를 샀다. 애너하임=연합 뉴스
“이치로, 이래도 할말 있나”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 관중석에 등장한 한국팬의 응원 문구가 일본의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의 ‘30년’ 발언을 조롱하고 있다. 이치로는 대회 직전 “한국이 30년 동안 일본을 못 이기게 해주겠다”고 말해 한국 팀과 팬의 분노를 샀다. 애너하임=연합 뉴스
“요즘 장사가 안돼요.”

말은 그랬지만 표정은 환히 웃고 있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일본전을 하루 앞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오렌지카운티 한인 타운의 한 식당 주인은 “14일 한국과 미국의 경기가 있던 날은 손님을 한 테이블도 못 받았다”고 했다.

주인은 “어차피 잘 됐어요. 우리도 내일은 야구 보러 갈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휴대전화로 “표를 구해야 하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들이 오갔다.

요즘 로스앤젤레스와 인근 오렌지카운티의 한인 타운은 매우 신이 났다. 어디를 가도 한국 야구 대표팀 얘기뿐이다. 팍팍한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 교민들과 유학생들에게 드림팀의 선전은 삶의 활력이 되는 듯했다.

한인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16일 경기가 열린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은 마치 한국의 야구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이날 구장을 찾은 3만9679명의 관중 가운데 절대 다수가 한국인으로 보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태극기의 물결이 넘쳤다. 관중은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승엽, 이종범 등 스타 선수들을 연호하는 소리가 구장을 가득 채웠다. 8회 이종범의 결승타가 터질 때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이 4강에 올랐을 때 전 국민이 보여 준 환호가 절로 연상됐다.

WBC에서 보여 준 드림팀의 선전은 이곳 한인들에게 자신감을 일깨웠다. 특히 세계 최강 미국을 이긴 것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30년 넘게 이민 생활을 하고 있다는 한 교민은 “드림팀이 정말 너무 고맙다. 그동안 미국인들은 한국 사람을 ‘공부벌레’ ‘일벌레’로 봐 왔다. 하지만 이제 다른 분야에서도 자기들이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더는 우리들을 얕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너하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무패행진은 계속된다…한국 vs 일본전 주요장면

한국, 일본 꺾고 3전 전승으로 WBC 4강 진출(경기상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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