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취재석]골문앞 강자만 살아남는다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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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9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스타 플레이어 리 샤프(34)를 만나 박지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맨체스터에 입단한 샤프는 박지성과 같은 포지션인 왼쪽 윙으로 뛰었으며 1991∼95년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그는 265경기에 출전해 36골을 기록했지만 부상 때문에 라이언 긱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했다.

샤프는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부상에서 회복된 뒤 박지성이 지난 2경기에선 선발로 뛰지 못했지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계속 열심히 뛰고 훈련하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샤프 역시 무명으로 시작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상의 자리에 선 선수. 때문에 ‘박지성의 선배’로서 충심 어린 조언을 건넨 것이다. 그는 “꾸준히 열심히만 한다면 앞으로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른다”며 “요즘은 주전들의 부상이 잦기 때문에 기회가 생기면 바로 잡을 수 있는 준비가 항상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에버턴과 애스턴빌라전에서 에너지가 넘치고 과감한 플레이를 보인 박지성을 장기적으로 긱스를 대체할 윙 플레이어로 키우겠다는 욕심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박지성이 ‘미쳐 날뛰는 듯한’ 페이스의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지성이 유럽의 어느 리그보다 거친 태클이 난무하는 잉글랜드 축구에 적응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과 브라질 월드컵 우승 멤버 주제 페레이라 클레베르손. 이 둘은 최고의 재능을 가진 미드필더였지만 맨체스터에서는 실패했다.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전투적인 몸싸움, 집중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성공 여부는 골문 앞에서 냉정하게 골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데 달려 있을 것이다. 박지성은 에버턴과 애스턴빌라전에서 골문 앞에서 너무 성급하게 슛을 하거나 반대로 패스를 해 골 기회를 날려버렸다. 좀 더 침착했더라면 골이나 도움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10월 22일 토트넘 홋스퍼가 맨체스터 홈구장인 올드트래퍼드에 온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함께 뛰던 박지성과 이영표가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한국 팬들을 흥분시킬 것이다.

롭 와이트만 잉글랜드 축구전문기자 rob.wightman@ntl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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