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IOC “체조 공동金 고려할수도”

  • 입력 2004년 8월 23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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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으로 빼앗긴 체조 남자 개인종합 양태영(경북체육회)의 금메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짐 시어 임시위원장과 피터 위버로스 집행위원장이 한국측 요청으로 23일 대한올림픽위원회(KOC) 관계자를 만났다고 USOC의 대릴 사이벨 대변인이 밝혔다.

사이벨 대변인은 “한국측의 입장을 들었으나 아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미국체조협회의 밥 코라로시 회장은 미팅 전 “개인종합 2번째 금메달 수여가 주요 의제”라고 언급했다.

한국은 국제체조경기연맹(FIG)의 오심이 분명한 이상,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선 양태영에게 2번째 금메달을 수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미국측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선다면 “번복은 없다”고 버티고 있는 FIG도 흔들릴 것이라는 게 한국 선수단의 판단. 미국 내 여론도 오심에 대한 비판이 압도적인 상황이라 USOC는 공동 금메달 추진으로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있다.

신박제 한국 선수단장은 이날 “FIG가 중대한 실수를 범한 심판들에게 내린 제재(자격정지)는 우리가 받아들이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며 “양 선수의 오심 사태와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를 상세하게 조사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림픽 메달 결정권을 갖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셀레 데이비스 대변인은 “FIG가 개인종합 채점 결과를 바꾼다면 2번째 금메달 수여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와 유사한 사례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나왔다. 당시 피겨스케이팅 페어부문에서 러시아의 옐레나 베레즈나야-안톤 시하룰리제 조는 착지 실수를 했는데도 완벽한 연기를 한 캐나다의 다비드 펠레티어-제이미 세일 조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에 미국과 캐나다의 언론이 연일 문제를 제기했고 IOC와 국제빙상연맹(ISU)의 조사 결과 프랑스 심판이 러시아팀에 점수를 많이 주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캐나다 조에 추가로 금메달을 수여했다.

하지만 당시엔 ‘조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실수로 인한 오심이라는 이번 사안과는 약간 다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폴 햄 “金포기 못해”…“연맹결정 따르긴 하겠다”▼

“국제체조경기연맹(FIG)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따르겠지만 난 여전히 챔피언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을 얼룩지게 한 ‘체조 판정 스캔들’에 대해 미국의 폴 햄(22)이 입을 열었다. 그는 19일 열렸던 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승에서 한국의 양태영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

23일 남자 종목별 결승전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햄은 강한 어조로 FIG를 비난했다. 그는 “FIG가 비디오를 되돌려 본 것은 큰 잘못이며 규정에도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만약 그런 식이라면 모든 경기의 비디오를 다 보고 잘못된 판정이 없는지 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 선수단의 항의는 이해하지만 항의하려면 현장에서 평행봉 경기가 끝난 뒤 다음 경기로 들어가기 전에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햄은 “FIG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받아들이겠지만 난 여전히 올림픽 챔피언이며 그에 대한 믿음은 확실하다”고 밝혀 금메달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의 파문 때문인지 햄은 이날 종목별 결승에서 마루운동 5위(9.712), 안마 6위(9.737)로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햄의 아버지인 샌디 햄은 “아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했다면 (아들) 맘이 편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끝났으면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한 관계자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수가 있었다면 두 선수(햄과 양태영)에게 공정한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금메달 공동 수상을 위한 한국측의 노력을 지원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한편 햄의 부모는 한국 내에서 비난여론이 증가하는 점을 감안해 USOC에 햄의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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